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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지 않으면 싫어하는 건가요

등록일 2026-05-06 18:40 게재일 2026-05-0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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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에 잠시 머물렀다는 이유만으로···./챗GPT

SNS에서 우연히 어떤 이의 소식을 보게 되었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누군가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굳이 설명하자면 꼭 그렇지는 않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일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처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나는 그에게 어떤 감정적인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상태라는 것을 이야기한 것뿐이다. 그런 중립적인 상태에 대해 말하려면 이처럼 말이 다소 장황해진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좋아하지 않는구나 생각하면 될 텐데 꼭 싫어한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나는 조금 번거롭다.

그와는 오래 전에 만났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만난 지인의 지인이었는데, 술에 취해 목소리가 커지고 말을 조금 경솔하게 내뱉는 느낌이 있었다. 그냥 술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례한 종류의 사람이었다. 부적절한 언사를 여기저기 난사하다 보니 어떤 말은 나를 향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사람을 만나면 반응하지 않거나 도망을 가는 편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때는 때때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들이 받아버리곤 하던 시절이었다. 무례에 무례로 대응하자 그는 욕을 했고 우리는 고성을 내지르며 다투게 되었다. 지인들이 우리를 뜯어 말리는 수준에 이르자 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해가 질 무렵,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자리에 있던 내 지인에게 번호를 받았다고 했다. 자기가 술에 취해 실언을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나도 잘 한 것은 아니니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이것도 인연인데 소주나 한 잔 하고 친해졌으면 좋겠다며 내게 괜찮은 때를 정해달라고 말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 정도로 풀었으면 된 것이지 굳이 술 마시고 내게 행패 부린 사람과 또 술을 마시는 것은 영 내키지 않았다. 적당히 둘러대고 흐지부지 넘어갔으면 되었을 텐데 그때 나는 그런 것을 참 못했다. “서로 나쁜 감정은 다 풀었으니 된 것 아닐까요? 굳이 친하게까지 지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조금 매정하게 들릴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에게 그렇게 말했고, 그와는 그 이후로 만난 적이 없다.

그렇게 말한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사실 그것이 나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교류하고 지내는 이가 많은 편이다.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 이들도 많고 그만큼 챙겨야 하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그것을 잘 해내며 살아가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팽창해버려 내 그릇의 크기를 벗어나버린 내 대인관계가 언제나 버겁다. 그런 판국에 굳이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이와 친하게까지 지내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내 마음의 공간을 그에게까지 내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싫어한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처럼, 어떤 이들은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사이가 나쁘다고 판단해버리곤 하는 것 같다. 어쩌다가 서로를 만나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친해지자고 다가오면 나는 때때로 당황스러운 기분이 든다. 같이 일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먹어야 하지 않냐는 사람들, 인간적인 매력을 알 만한 계기조차 없었는데 갑자기 나이를 묻더니 형 동생으로 지내자는 사람들. 결국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 이따금 우연히 카톡에 뜬 서로의 이름을 보며 개운치 않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애초에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더라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일이다.

서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고, 상대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싶은 욕망이 동한다면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같은 공간에 잠시 머물렀다는 이유만으로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사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지만 굳이 누가 누구를 챙기지 않아도 되는 사이는 얼마나 편리한가.

강백수 시인

오래전 다투었던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특별히 반갑다거나 아니면 불쾌하다거나 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그냥 잠시 그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사이로 지내고 싶었던 내 마음에 대해 생각했을 뿐이다. 그가 여기저기 내 험담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도 있고, 그에게 내 번호를 알려주었던 지인에게서 왜 굳이 그렇게 야박하게 굴었느냐고 타박을 받기도 했다. 좋지 않은 사람과 나쁘지도 않게 지낸다는 것이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나보다. 그렇지만 그것은 결국 그의 사정이다. 나는 여전히 그를 애써 좋아하거나 싫어할 생각이 없다.

/강백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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