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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잣대에 갇힌 울릉 생명선... 언제까지 민간 희생만 강요하나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3-24 13:37 게재일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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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경기 침체에 연안 해운 ‘고사 위기’
베테랑 선장의 경고 “시장 논리 매몰돼 이동권 방치”
연동형 보조금·준공영제 등 ‘3대 혁신 대안’ 촉구
24일 울릉도의 관문인 사동항에서 출항을 준비 중인 대형 카페리선 뉴씨다오펄호. 섬 주민 이동권과 물류 등을 책임지는 울릉 항로가 최근 고유가와 경기 침체로 경영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민간의 희생을 넘어선 국가 차원의 공적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진영 기자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울릉도와 육지를 잇는 연안 해운업계의 지속 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도서 주민의 유일한 이동 수단인 항로를 민간 선사의 영리 사업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국가적 필수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중동 분쟁 여파로 인한 고유가와 고환율, 여행 수요 감소라는 이른바 ‘삼중고’가 겹치면서 울릉 항로를 운항하는 민간 선사들의 경영 여건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수익성 위주의 시장 논리에만 의존해 민간 선사의 희생과 주민 불편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울릉 항로의 베테랑으로 꼽히는 김귀홍 울릉 크루즈 뉴씨다오펄호 선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울릉 항로의 위축은 단순한 기업 경영난을 넘어 도서 주민의 생존권 박탈과 지역 경제 붕괴로 직결되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부 충격을 민간 선사가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에서는 위기 시마다 운항 감축이나 중단이라는 선택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라며 정책 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특히 김 선장은 국내 해운 산업의 정상화와 울릉 항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세 가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유류비 급등 시 외부 충격을 완화할 ‘연동형 보조제’ 도입이다. 현재는 유가 폭등의 부담을 민간 선사가 온전히 떠안고 있지만, 유가 상승분에 맞춰 보조금이 자동으로 지원된다면 외부 변수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운항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울릉 항로의 베테랑 김귀홍 울릉 크루즈 뉴씨다오펄호 선장이 24일 사동항에 정박 중인 선내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통해 도서 지역 이동권 보장의 시급성을 설명하고 있다. /황진영 기자

둘째는 수익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최소한의 운항 지속을 위해 손실을 보전하는 ‘항로 유지 보조금’ 마련이다. 이는 항로를 단순한 수익원이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할 공공 인프라로 바라보는 시각 교정에서 출발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경북도나 울릉군 등 지자체와 민간 선사가 경영 책임을 나누는 ‘준공영제’ 형태의 운영 구조를 제안했다. 항로 운영의 주체를 개별 기업에서 국가와 지역 사회로 확장해 공공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선장은 일본의 ‘오가사와라 해운’ 사례를 들어 “일본은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항로 유지’ 자체를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고, 안전 비용까지 공공의 영역에서 책임진다”라며 “우리도 울릉 항로를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유지해야 할 숙명적 생명선으로 인식해야 한다”라고 거듭 호소했다.

한편, 도서 지역 주민들의 교통권은 헌법상 보장된 이동권의 핵심 영역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정부가 수익성이라는 잣대에서 벗어나 울릉 항로를 국가적 ‘해상 생명선’으로 관리하는 실질적인 책임 정립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일치된 요구인 만큼, 울릉 항로의 위상에 걸맞은 국가적 정책 변화와 책임 있는 답변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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