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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째 이웃 안부 묻는 윷판... 울릉도 파수꾼, 새마을회가 깨운 ‘섬마을의 봄’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3-18 13:56 게재일 2026-03-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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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민속 윷놀이 대회 성료... 고립의 애환 녹인 ‘상생의 힘’
“윷이야!”... 하나 된 울릉. 제37회 새마을 민속 윷놀이 대회 개막식에서 남진복 도의원, 이상식 군 의장, 남한권 울릉군수, 이정호 새마을회장(왼쪽부터)이 윷놀이 시연으로 축제의 포문을 열고 있다. /황진영 기자


겨우내 쏟아진 폭설과 씨름하면서 한껏 움츠렸던 울릉도 주민들이 신명 나는 윷가락 소리와 함께 새봄의 기지개를 켰다.

울릉군새마을회가 주최한 ‘제37회 새마을 민속 윷놀이 대회’가 지난 17일 울릉군 한마음회관 다목적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행사장은 군내 각급 기관 및 직장 단체, 마을 단위 대표 등 무려 87개 팀이 출사표를 던졌고, 남한권 울릉군수를 비롯해 남진복 경북도의원, 이상식 울릉군의회 의장, 이동신 교육장, 정종학 울릉농협장 등 각급 기관·단체장과 주민 500여 명이 한데 어우러져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민속놀이를 넘어 울릉도만의 짙은 애환과 정이 녹아있는 행사다. 과거 울릉도는 겨울철 눈이 한 번 내리면 무릎 높이를 훌쩍 넘겨 이웃 간 왕래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고립되곤 했다. 이 때문에 이듬해 눈이 녹고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 동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웃의 무사 안녕을 묻고 새봄을 활기차게 맞이하자는 취지로 알음알음 윷판을 벌였던 것이 오늘날 군 단위 최대 민속 축제로 발전했다.

 

 

지난 17일 울릉군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제37회 새마을 민속 윷놀이 대회’에서 남한권 울릉군수가 내외빈과 주민들 앞에서 축사를 이어가고 있다. /황진영 기자


이날 경기는 섬마을의 전통을 살려 독특하게 진행됐다. 남자부는 작은 그릇에 담아 던지는 ‘종지기 윷’으로 박진감을 더했고, 여자부는 우리 고유의 ‘채 윷’으로 승부를 겨뤘다. 예선전부터 준결승까지는 단판제로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고, 결승전은 3판 2승제로 치러져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왁자지껄한 응원전 속에서 치러진 시합 결과, 일반 남자부에서는 울릉읍 사동3리 마을회가 우승의 영광을 안았으며 사동2리 마을회와 사동3리 경로당이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일반 여자부에서는 울릉읍 도동3리 부녀회가 1위의 기쁨을 누렸고, 도동2리 새마을부녀회와 천부1리 경로당이 그 뒤를 이었다. 직장·단체 부문에서는 북면 사무소(남)와 생활개선회 임원단(여)이 각각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게 바로 우승의 비결” 일반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울릉읍 사동3리 마을회 팀이 작은 그릇에 윷을 담아 던지는 울릉도 전통 방식인 ‘종지기 윷’ 시합을 펼치고 있다. 주민들이 멍석 주위에 둘러앉아 윷가락의 향방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황진영 기자


승패를 떠나 정을 나누는 자리인 만큼 특별한 시상도 이어졌다. 도동2리 경로당(남)과 서면 새마을부녀회가 ‘모범상’을, 울릉청년단(남)과 학포마을 청년회(남)가 ‘인기상’을 수상했다. 또한 북면 적십자회(여)가 ‘특별상’을, 태하1리 경로당(여)과 평리 부녀회가 각각 ‘우정상’을 받으며 화합의 의미를 빛냈다.

우승을 차지한 사동3리의 박용수 이장은 “겨울 내내 눈 치우느라 고생한 이웃들 얼굴을 오랜만에 보니 정말 반갑다”라며 “윷가락을 던지며 묵은 스트레스를 날리고 올 한 해 풍년과 풍어를 기원했다”라고 웃음 지었다.
 

적십자회 여성부 팀원들이 우리 고유의 방식인 ‘채 윷’을 던지면서 경기에 몰입하고 있다. 승부를 떠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 있다. /황진영 기자

이정호 울릉군새마을회장은 “과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웃의 안부를 먼저 챙기던 선조들의 따뜻한 공동체 정신이 이 윷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라며 “겨우내 폭설과 추위로 고생하신 주민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윷가락과 함께 묵은 피로를 털어내고, 올 한 해 풍요롭고 신명 나는 울릉을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 정신으로 무장한 울릉군새마을회는 이번 윷놀이 대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지역 사회의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청정 울릉을 지키는 환경 정화 활동부터 부녀회의 따뜻한 음식 봉사, 겨울철 제설 작업, 명절 귀성객 음료 봉사, 김장 하기, 방역 봉사 및 각종 캠페인과 재난 복구 지원에 이르기까지, 봉사 최일선에서 ‘행복한 울릉’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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