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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냐 가문이냐. 전통 예능의 목표는 관객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2-19 16:55 게재일 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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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부키 원류 교겐 전수자 미야케 치카나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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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겐(狂言) 전수자 미야케 치카나리(三宅近成)씨가 탈을 들어보이고 있다. 

“혈연 중심으로 계승해 온 일본과 재능과 계보로 이어온 한국의 전통예술. 오늘을 어떻게 건너 미래로 갈 것인가.”

한국이나 일본이나 전통에 대한 예능인들의 자긍심은 다르지 않았다. 일본 전통연예 가부키를 소재로 한 영화 ‘국보’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을 때 가부키의 원류라 할 교겐(狂言) 전수자 미야케 치카나리(三宅近成·41)씨를 지난달 도쿄 자택에서 만났다. 그의 얼굴은 전통 예술을 계승하는 것을 자신의 태생적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 전통을 계승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 예능인의 자긍심으로 상기돼 있었다. 재능으로 대를 잇는 우리나라의 전통 예능세계와는 다르면서도 궁극적 정신은 하나로 닿아 있음을 느꼈다.

미야케씨는 전통 예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데 대한 갈등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태어날 때부터 교겐이 내 삶이었습니다. 다른 길을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 미야케 우콘(三宅右近)은 교겐 인간문화재이고 할아버지 미야게 도우타로우(三宅藤九郞)는 일본의 인간국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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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씨가 탈을 써보고 있다.

일본 전통 공연예술인 노가쿠(能楽)는 노(能)와 교겐으로 나뉜다. 노는 가면과 느린 동작을 특징으로 신과 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는 비극적이고 상징적인 음악극이다. 반면 교겐은 노 공연 사이에 올려지던 희극적 단막극에서 출발했다. 일상의 언어와 익살, 인간의 욕망과 허점을 다루며 관객에게 웃음을 건넨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형식과 정서는 분명히 다르다. 일본에는 100명 정도의 전수자가 있다고 한다.

한국처럼 일본도 젊은 사람들의 전통예능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예능인의 욕심이다. “개인적으로는 연기를 더 발전시키는 일과 이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수직적으로는 개인적 능력을 연마하고 수평적으로는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하는 것이지요.” 그는 “이건 ‘0과 1의 차이’와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세계에서 0과 1이 전혀 다른 값을 갖듯, 교겐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과 전혀 접해보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통예술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그 ‘1’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 국내는 물론 미주, 유럽, 동남아 등 해외 무대에 서며 교겐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온 적이 없다며 안동 탈춤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 안에서도 학생과 젊은 연기자들이 연수와 워크숍을 통해 교겐을 접하도록 힘쓴다. 가문 전승이라는 폐쇄적 구조에 머물지 않고, 교육과 공연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노력이다.

영화 ‘국보’와 가부키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대해서도 전통예술을 인정받고 있는 증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가쿠에서 성립한 가부키는 화려한 분장과 극적 장치, 상업 자본의 후원을 바탕으로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친구가 가부키 연기자도 있고 가부키와는 경쟁이 아니라 공존입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교겐을 더 멋지게 연기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연기를 보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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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씨가 딸과 연기할 때 쓰는 탈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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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씨가 딸에게 연기할 때 쓰는 탈을 씌워주고 있다.

대화 중 최근 교겐 극장에서 데뷔했다는 그의 세 살 난 딸이 낯선 사람 앞에서 다소곳이 인사한다. 가면을 쓰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선보이는 아이의 모습에서 전통이 단지 기술의 전수가 아니라 일상 생활속 문화임을 보았다.

한국의 전통예술은 대개 스승과 제자의 계보, 지역 공동체, 국가무형유산 제도를 통해 전승돼 왔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젊은 세대의 관심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전통의 본질을 지키면서 현대적 감각과 만날 것인가 하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의 교겐과 한국의 전통예술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오늘이라는 시간 앞에서는 같은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전통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연기되고 또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글·사진/이경우 전 대구경북언론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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