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명이 익숙해진 대구의 여름은 이제 극심한 폭염을 넘어 기후재난의 위협에 직면했다. 최근 기록적 폭염부터 갑작스러운 호우, 한파까지 다양한 재난이 잦아지며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고통이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방어력과 회복력이 약한 계층에게 가장 먼저, 가장 깊숙이 파고든다.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선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맞춤형 지원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기후위기 취약계층’일까?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연구원이 발간한 ‘기후위기 취약계층 실태조사 안내서’에 따르면, 이들은 크게 세 가지 특성으로 분류된다. 첫째, 사회·생물학적 특성으로, 신체적 조절 능력이 약한 65세 이상 어르신, 영유아, 장애인 등이 해당한다. 둘째, 경제적 특성으로, 냉난방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다. 셋째, 주거환경적 특성으로, 쪽방이나 고시원,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 그리고 침수 위험이 높은 반지하에 거주하는 분들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개념은 ‘중점관리지역(Hot Spot)’이다. 이는 기후위험 노출도가 높으면서 동시에 취약계층이 밀집해 있고 주거 환경마저 열악한 세 가지 악조건이 겹치는 지역을 말한다. 분지 지형으로 열이 갇히기 쉬운 대구의 특성상, 성서산업단지 주변이나 구도심의 노후 주택가는 대표적인 핫스팟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여름철 쪽방촌의 실내 온도가 40도를 넘나든다는 조사 결과는 우리 지역 취약계층이 겪는 생존의 위협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국내·외 선진 사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단순히 물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안부 확인 콜 서비스’, ‘쿨루프(지붕 차열 도색) 시공’, ‘사물인터넷(IoT) 기반 돌봄’ 등 맞춤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구 역시 ‘쿨링포그’ 설치나 ‘안심하이소’ 앱 운영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우선, 우리 지역 곳곳에 숨겨진 취약계층을 찾아내는 ‘정밀한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안내서를 활용하여 대구·경북의 지역적 특성에 맞는 자체 조사를 기획해야 한다. 단순히 소득 수준으로만 대상을 한정하지 말고, 폭염에 노출된 야외 노동자나 환기조차 어려운 주거지에 사는 이들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찾아낸 이들에게는 획일적인 지원이 아닌, 주거 환경 개선이나 심리 상담, 커뮤니티 기반의 돌봄 등 실질적인 적응 사업을 연결해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민의 특성을 고려할 때, 디지털 기기 활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 방송이나 통·반장을 통한 정보 전달 체계를 강화하는 세심한 배려도 필수적이다. 기후위기 적응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오늘 우리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질 때 사슬 전체가 끊어진다”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곳을 튼튼히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발전이다. 올 겨울,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하고 안전한 대구·경북을 꿈꿔본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