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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하우스'

등록일 2025-11-13 15:54 게재일 2025-11-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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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쌀쌀해진 날씨에 패딩을 꺼내 입게 되면서, 계절 변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단풍철마저 짧아질 만큼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2050 탄소중립’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닌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감축 노력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건축 분야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패시브하우스’가 주목받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는 건물 자체의 필요 에너지를 최소화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친환경 건축 방식이다. 고단열·고기밀 구조, 고성능 창호, 열교 차단, 열회수 환기장치 등 다섯 가지 핵심 기술을 결합해 냉난방 에너지 사용을 기존 대비 90%까지 절감한다. 이로써 실내 온도는 연중 20℃ 내외로 일정하게 유지되며, 신선한 공기가 순환되어 미세먼지 유입을 차단하고 결로나 곰팡이 발생 없는 건강한 생활공간을 구현한다.

대구·경북은 덥고 습한 여름과 춥고 건조한 겨울이라는 극단적인 기후를 가졌다. 혹서기 냉방 및 제습 부하가 크고, 동시에 노후 건축물 비율이 높아 그린리모델링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패시브하우스는 이러한 대구·경북의 기후 문제와 노후 건축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다.

패시브하우스는 1990년대 독일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했고, 미국에서는 다양한 기후에 맞춰 표준을 조정하는 등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0년부터 공공 및 주거 건물에 적용되며 점차 확산되는 추세이다. 특히 정부의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의무화 로드맵은 패시브하우스 기술 도입의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한다. 대구·경북 지역에 패시브하우스를 적용하려면, 신축 건물은 여름철 과열 방지를 위한 외부 차양, 고성능 창호, 제습 기능이 강화된 열회수 환기장치를 갖춘 ‘대구·경북형 패시브하우스 설계 가이드라인’ 수립이 시급하다. 또한, 노후 건물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하여 패시브하우스 리모델링 기법인 ‘에너핏(EnerPHit)’을 적용한 공공건축물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기술 실증과 전문 인력 양성의 거점이 될 것이다.

대구·경북의 기후와 노후 건축물 문제를 해결할 패시브하우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지역 정책 입안자, 건설 산업계, 학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ZEB 인증 최우수 이행 방안으로 패시브하우스를 공식화하고, ‘패시브 리트로핏’ 시범사업을 즉시 착수하며, 설계 및 인증 비용 지원, 저금리 융자 등 리스크 저감 중심의 금융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대구·경북 녹색건축 지원센터’를 설립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야 한다. 건설업계는 전문 인력 양성에 투자하고, 지역 맞춤형 표준 모델을 개발하며, ‘쾌적성, 건강, 여름 성능’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학계는 지역 표준 기상 데이터 개발, 지역 자재 성능 검증, 실증 데이터 축적을 위한 입주 후 성능 평가 연구에 힘써야 한다. 패시브하우스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현명한 투자이다. 이러한 선제적 대응을 통해 대구·경북이 탄소중립 선도 도시로 나아가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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