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구 상수도의 핵심 취수 대안으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 활용안이 제안되었다. 이는 지난 30여 년간 해평취수장 공동 활용이나 안동댐 원수 확보를 둘러싸고 지속된 지자체 간의 극심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물은 생명줄이자 지자체 간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에 그간 합의의 길은 매우 험난했다. 이제 시민들은 이 대안이 과연 우리 가족이 마실 물의 수질과 수량을 안정적으로 책임질 수 있을지, 그리고 조속히 대구의 새로운 취수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강변여과수’는 하천 인근의 모래와 자갈층인 대수층을 통해 하천수가 자연적으로 여과된 물을 채수하는 방식이다. 강물이 수 미터에서 수백 미터에 이르는 지층을 통과하는 동안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정화 과정을 거치며 탁도와 병원성 미생물, 유기오염물질이 상당 부분 제거된다. 이 방식은 사고 발생 시 오염 물질의 도달을 늦추는 완충 능력이 탁월하고 연중 일정한 수온을 유지한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규모 취수 시 주변 농경지의 지하수위 저하나 환원 상태의 대수층에서 철과 망간이 용출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따라서 대구 취수원으로서의 도입 가능성을 타당성 있게 검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질적 불확실성과 환경적 영향을 사전에 면밀히 파악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변여과수’는 독일 라인강이나 미국 루이빌 등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이며, 국내에서도 창원과 김해시가 성공적으로 운영하여 수질 개선과 정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대구에 이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타당성만큼이나 ‘유역 공동체 상생’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강변여과수’가 만능 해결책이 아니기에, 대구 상류 지역인 경상북도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원수인 낙동강 본류 수질이 개선되어야 여과수의 안전성도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류 산업단지의 폐수 관리 강화와 ‘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 등 경북의 선제적 환경 정책이 병행되어야만 대구와 경북이 함께 맑은 물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취수 지역 주민들의 지하수 고갈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범 플랜트를 통한 충분한 사전 검증과 투명한 데이터 공개가 선행되어야 한다.
낙동강 ‘강변여과수’ 도입은 대구 시민에게는 안전한 식수를, 취수 지역 주민에게는 상생 발전을 제공하는 ‘유역 공동체 모델’로 승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특별법’과 ‘상생 발전 기금 조성’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지자체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주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우리는 2026년 예정된 시범 사업부터 철저한 기술적 보완과 정밀 조사를 거쳐 도입 가능성을 확고히 검증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이 상호 신뢰 속에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에 힘을 모으고 ‘강변여과수’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낙동강은 마침내 갈등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거듭날 것이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