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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수소'

등록일 2026-01-29 15:27 게재일 2026-01-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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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이어지는 강력한 한파로 저체온증 사망 사고와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난방비 부담이 큰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겨울은 생존이 걸린 계절이다. 에너지가 곧 생명과 직결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과제가 겹쳐 있다. 바로 탄소중립이다.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에너지 비용이 더 오르는 구조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한파에 강하고, 환경에도 부담이 적은 새로운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숙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태양광과 함께 최근 주목받는 해법 중 하나가 바로 수소에너지다.

수소는 색깔이 없는 기체지만, 생산 방식에 따라 환경 영향을 구분하기 쉽게 색으로 부른다. 석탄 기반은 갈색, 천연가스 개질은 회색, 재생에너지 기반은 그린수소처럼 말이다. 이 가운데 원자력 전력을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만드는 수소를 ‘핑크수소’라고 한다. 대구·경북은 이 ‘핑크수소’에 유리한 여건을 갖춘 지역이다. 울진 원전의 안정적인 전력을 활용한 대규모 수전해 수소 생산이 가능하고, 대구에는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 인프라도 함께 구축되고 있다. 실제로 지역 청정수소 생산 로드맵을 보면, 2030년 이후 ‘핑크수소’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구상이 제시돼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해외에서도 원전과 수소를 연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원전의 남는 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산업과 수송 분야에 공급하는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원전 지역을 중심으로 수소 생산을 에너지 신산업으로 키우려는 논의가 활발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구·경북은 울진의 ‘핑크수소’ 생산, 대구의 바이오가스 수소, 그리고 이를 연계한 청정연료 생산까지 아우르는 복합 수소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다. 지역 차원에서는 수소 배관·저장 인프라, 수소 활용 산업 육성, 주민 수용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전환이 곧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라는 인식 전환이다.

물론 ‘핑크수소’도 과제가 있다. 원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초기 인프라 비용, 수소 안전에 대한 우려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시대에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구·경북이 바이오자원과 원자력이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청정수소 선도 지역으로 나아간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지역 산업과 일자리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핑크수소’는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대구·경북의 미래를 바꾸는 전환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와 방향이다. 선제적 준비와 과감한 정책 결단이 지역의 지속가능한 내일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대구·경북이 ‘핑크수소’ 에너지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탄소중립 선도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리 이웃 모두가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미래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지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지지가 대구·경북의 핑크빛 미래를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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