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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서 삶으로

등록일 2026-01-25 15:32 게재일 2026-01-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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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호 지역문화포럼 따로 또 같이 대표

그동안 지역의 문화정책이나 행사는 잘 말해서 제대로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다. 어떤 이야기를 선택해서 할 것인가, 그 이야기를 얼마나 감동적으로 보여야 할 것인가가 기획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될 가장 중요한 내용은 그 문화가 시민의 삶 속에서 실제로 작용하고 있는가, 문화를 경험한 후 일상생활의 무엇이 달라졌는가 하는 물음이다. 대부분의 경우 문화는 계속 소비되지만, 생활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문화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기에서 시작하여 해보기, 그리고 살아내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스토리두잉(storydoing), 스토리리빙(storyliving)이라는 세 단계로 구분하여 표현한다. 이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문화가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지속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흐름을 표현한 것이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문화의 시작점이다. 지역의 역사와 장소의 기억, 사람들의 삶을 서사로 엮어 전달하는 과정이며 공연과 전시, 아카이브와 해설은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이야기가 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공감도 형성된다. 그러나 시민은 여전히 관람자에 머물고 있으며 이야기는 전달되고는 있지만, 아직 삶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설명은 반복되고 연출은 점점 정교해지지만, 행사가 끝난 뒤의 일상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야기는 쉽게 잊혀지고, 문화는 쌓이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전환이 스토리두잉(storydoing)이다. 스토리두잉은 이야기를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해보게 만드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시민은 관객이 아니라 참여자가 되며 전시를 ‘보는’ 대신 그 과정을 체험하고, 공연을 ‘관람하는’ 대신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 문화는 머리로 이해하는 대상이 아니라 몸으로 기억되는 즐거운 경험이 된다. 시민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는 대신, 이야기를 해봤다고 말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체험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면 한계는 분명하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삶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문화가 도달해야 할 마지막 단계는 스토리리빙(storyliving)이다. 스토리리빙은 이야기가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연례행사가 아니라, 일상 속 관계와 습관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상태를 의미한다. 시민은 공동의 이야기를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서사를 살아가는 주체가 된다. 우리의 아이들은 지역의이야기를 따로 배우기보다 자연스럽게 익히며 성장하고, 문화는 콘텐츠가 아니라 생활 속의 일부가 되어진다.

스토리텔링만 반복되는 문화는 쉽게 소진된다. 스토리두잉이 더해질 때 문화는 참여가 되고, 스토리리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지역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이 된다. 지금 문화정책과 예술기획이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했는가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이다.

문화는 말할 때 시작되지만, 해볼 때 깊어지고, 살아낼 때 비로소 지역의 얼굴이 된다. 지금의 지역 문화가 향해야 할 방향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손철호 지역문화포럼 따로 또 같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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