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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경북 22개 시·군의 일출 명소는

피현진 기자
등록일 2026-01-01 05:35 게재일 2026-01-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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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산, 호수와 들녘, 성곽과 고찰까지 다양

새해 첫날의 새벽은 유난히 조용하다. 어둠은 아직 세상을 감싸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동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경북 곳곳에서는 매년 이 시간, 저마다의 소망을 품은 이들이 모여든다. 바다와 산, 호수와 들녘, 성곽과 고찰까지, 경북의 새벽은 다양한 얼굴로 새해의 첫 빛을 맞이한다.

포항 호미곶 상생의 손 위로 떠오르는 일출./경북도 제공

포항 호미곶-대한민국 새해의 상징

호미곶의 새벽은 늘 긴장감과 설렘이 공존한다. 동해의 수평선은 아직 어둠 속에 잠겨 있지만, 바람은 이미 바다의 움직임을 전해온다. 상생의 손 조형물은 새벽빛을 기다리며 검은 실루엣으로 서 있고, 그 사이로 붉은 기운이 번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숨소리마저 잦아든다.

해가 손바닥 위로 정확히 걸리는 순간, 바다는 금빛으로 부서지고, 수천 명의 환호가 파도 소리를 덮는다. 새해의 시작을 가장 극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일출 후에는 스페이스워크의 곡선 위로 아침 햇살이 흐르고,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는 고요한 골목마다 새해의 첫 빛을 머금는다.

경주 감포 주상절리·문무대왕릉-신라의 새벽

감포의 바다는 새벽이면 유난히 깊고 푸르다. 주상절리 절벽 아래로 파도가 부딪히며 내는 낮은 울림은 마치 오래된 북소리처럼 들린다. 그 위로 해가 떠오르면, 바위 기둥 하나하나가 붉은 빛을 머금어 자연이 만든 신전처럼 보인다.

문무대왕릉의 일출은 더욱 신비롭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바위섬이 붉은 빛을 받으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 신라의 전설이 눈앞에서 되살아나는 듯하다. 해가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오를 때쯤이면 바다는 금빛 비단처럼 펼쳐지고, 그 풍경은 말없이 사람을 멈춰 세운다.

경주 문무대왕릉 일출./ 경주시(관광자원 영상이미지-김민지)제공

안동 안동호·월영교-물안개 위로 피어오르는 새해

안동의 새벽은 조용함 그 자체다. 안동호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모양을 바꾸며 흐르고, 그 사이로 해가 떠오르면 호수 전체가 은빛과 금빛이 섞인 몽환적인 색으로 물든다.

월영교는 그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내는 무대다. 다리 아래로 비친 반영은 실제보다 더 고요하고, 다리 위를 걷는 사람들은 누구나 말수가 줄어든다. 새해 첫날, 호수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 화려함 대신 깊은 울림이 남는다.

구미 금오산-도시와 산이 함께 깨어나는 순간

금오산 정상에 서면 도시와 자연이 동시에 눈을 뜨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아래로는 구미 시내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위로는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든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 도시의 윤곽이 선명해지고 산 능선은 금빛으로 빛난다. 새벽 산행의 고단함이 단숨에 사라지는 장면이다. 특히 겨울의 금오산은 공기가 맑아 시야가 멀리까지 트여 있어 새해의 시작을 넓은 마음으로 맞이하기 좋다.

김천 수도산-조용한 새해의 첫 숨

수도산은 상업적 요소가 거의 없어 자연의 소리를 온전히 들을 수 있다. 직지사 뒤편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솔향기가 짙게 풍기고, 바람이 스치는 소리만이 새벽을 채운다. 일출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소박함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해가 산 능선 위로 천천히 떠오르면 숲 전체가 따뜻한 색으로 물들고, 새해의 첫 숨을 깊게 들이마시게 된다.

영주 소백산 비로봉-설경 위로 솟는 장엄한 해

소백산에서 바라본 일출./충주백산산악회 카페

소백산 비로봉의 새해 일출은 경북에서도 가장 장엄한 장면 중 하나다. 특히 눈이 쌓인 날, 산 전체가 흰빛으로 빛나며 해가 떠오르는 순간은 말 그대로 신년의 축복처럼 느껴진다. 구름이 낮게 깔린 날에는 운해 위로 해가 떠오르며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진다. 강풍과 한파는 만만치 않지만, 정상에서 맞는 일출은 그 모든 고생을 잊게 만든다.

문경 주흘산·문경새재-옛길 위에서 맞는 새해

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선비들이 넘던 길이다.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과거의 숨결이 남아 있는 듯하고, 새벽의 차가운 공기는 오히려 그 정취를 더 깊게 만든다. 주흘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산세가 깊어 더욱 웅장하다. 안개가 자주 끼지만, 안개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날에는 마치 옛 그림 속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상주 말티재-드라이브로 만나는 드라마틱한 일출

말티재는 굽이진 능선이 만들어내는 곡선이 아름답다. 차를 타고 올라가면 능선 위로 펼쳐진 하늘이 점점 밝아지고, 해가 떠오르는 순간 능선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드라이브로 접근할 수 있어 부담이 적지만, 그만큼 일출 직전에는 차량이 몰려 긴장감이 생긴다. 날씨가 좋을 때는 드라마틱한 일출을 사진처럼 담을 수 있다.

보현산 천문과학관의 일출./영천시(관광사진전-이시은)제공

영천 보현산 천문대-별과 해가 만나는 새해

보현산은 밤하늘과 새벽하늘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새해 전날 밤, 천문대 주변에서 별을 바라보면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은하수 같은 별무리가 펼쳐진다. 그리고 새벽이 되면, 별빛이 사라지는 하늘 위로 해가 떠오르며 완전히 다른 풍경이 된다. 고도가 높아 시야가 탁 트여 있고, 산 아래로 펼쳐진 구름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산 팔공산 갓바위-기도와 함께 맞는 새해

갓바위로 오르는 돌계단은 쉽지 않지만, 그 과정 자체가 마음을 다지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정상에 도착하면 거대한 바위불상이 새벽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고, 그 앞에서 해가 떠오르면 종교를 떠나 누구나 경건해진다.

새해 첫날에는 기도객이 많아 혼잡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간절함이 모여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의성 금성산-소박하고 따뜻한 새해

금성산의 일출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농촌 풍경과 함께 맞는 따뜻한 새해의 첫 빛이 있다. 산 아래로 펼쳐진 들녘이 해를 받아 황금빛으로 변하면, 소박한 풍경 속에서도 큰 위로를 느끼게 된다. 정보가 적고 접근성이 좋지 않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여유로운 일출을 즐길 수 있다.

청송 주왕산-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강렬한 빛

주왕산의 일출은 바위 능선과 절벽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지형 덕분에 더욱 강렬하다. 겨울에는 결빙 구간이 많아 조심해야 하지만, 해가 바위 틈 사이로 쏟아지는 순간은 오래 기억될 만큼 인상적이다. 붉은 빛이 암벽을 타고 흐르며 산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양 일원산에서 바라본 일출./영양군 제공

영양 일월산-해와 달의 이름을 가진 산

일월산은 빛공해가 적어 새벽까지 별이 선명하게 보인다. 별빛이 사라지기 시작할 때쯤 동쪽 하늘이 붉게 열리고, 해가 떠오르면 산 전체가 금빛으로 물든다. 청정 자연 속에서 조용히 새해를 맞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영덕 고래불·관어대-푸른 바다 위의 첫 장면

고래불해수욕장과 관어대는 해안선이 길고 시야가 넓어 일출이 특히 아름답다. 파도가 해안선을 따라 부서지며 반짝이고, 해가 떠오르는 순간 바다는 붉은빛과 푸른빛이 섞여 장관을 이룬다. 바람이 강해 체감온도가 낮지만, 그만큼 바다의 생동감이 살아 있다.

울진 망양정·후포항-해돋이와 온천의 조합

망양정은 높은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이 압도적이다. 해가 떠오르면 수평선이 금빛으로 갈라지고, 아래로 펼쳐진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후포항은 항구 특유의 정취가 있어, 어선과 갈매기 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따뜻한 느낌을 준다. 일출 후 덕구온천에서 몸을 녹이면 새해 첫날이 완성된다.

봉화 청량산-구름 위에서 맞는 새해

청량산 장인봉은 운해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구름이 산 아래로 가득 차 있을 때 해가 떠오르면,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섬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산행 난이도는 높지만, 정상에서 맞는 일출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신비로움을 준다.

예천 회룡포에서 바라본 일출./경북도 제공

예천 회룡포-강이 감싸 안은 황금빛 새해

회룡포는 강이 마을을 감싸는 독특한 지형 덕분에 일출이 더욱 특별하다. 해가 떠오르면 강물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마을과 산이 함께 빛나는 장면은 새해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안개가 잦아 운에 맡겨야 하지만, 안개가 적당히 낀 날에는 더욱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청도 운문산-운무 속에서 맞는 몽환의 새해

운문산은 이름처럼 운무가 자주 낀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 운무가 붉은빛을 머금어 산 전체가 부드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변한다. 안개가 너무 짙으면 일출이 보이지 않지만, 운이 좋은 날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신비로운 장면을 만날 수 있다.

고령 가야산 자락-조용하고 여유로운 새해

가야산 자락은 관광객이 많지 않아 조용하게 새해를 맞기 좋다. 산 아래로 펼쳐진 고령의 소도시 풍경은 여유롭고 따뜻하며, 해가 떠오르면 가야산 능선이 금빛으로 물든다. 대가야박물관과 고분군까지 이어지는 동선도 새해 첫날을 차분하게 채워준다.

성주 가야산 만물상-기암괴석 사이로 솟는 강렬한 해

만물상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해가 떠오르는 순간 바위 하나하나가 붉게 빛난다. 고난도 산행이지만, 정상에서 맞는 일출은 압도적이다. 바위 능선 위로 해가 걸리는 장면은 새해의 시작을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칠곡 가산산성-성곽 위로 떠오르는 묵직한 새해

가산산성은 호국의 역사를 품은 장소다. 성벽 위로 해가 떠오르면, 과거와 현재가 한 장면에 겹쳐지며 묵직한 감동을 준다. 성곽을 따라 걷는 길은 고요하고, 새해 첫날의 의미를 되새기기 좋은 곳이다.

울릉도 촛대암에서 바라본 일출./경북매일신문 DB

울릉도-울릉도 일출은 특별한 경험이 된다

울릉도의 새해는 고립된 섬만의 시간 감각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아도, 그 거친 자연을 뚫고 떠오르는 해는 유난히 선명하다. 도동항에서는 항구와 절벽, 바다와 마을이 한 장면에 담기고, 성인봉 정상에서는 운해 위로 떠오르는 해가 마치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내수전 전망대에서는 절벽 아래로 펼쳐진 바다와 외로운 바위섬들이 붉은빛을 받아 반짝이며, 새해의 첫 장면으로 손색이 없다.

이처럼 경북에는 바다에서 폭발하듯 솟아오르는 해도 있고, 호수 위에서 조용히 피어오르는 해도 있으며, 산 능선 위에서 장엄하게 떠오르는 해도 있다. 새해의 해는 결국 어디서 보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가 더 중요하지만, 그 마음을 담아낼 풍경을 찾는다면 경북의 새벽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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