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곤포 사일리지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서 한우 150여 마리를 키우는 서모씨는 조사료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깨씨무늬병 확산과 20일 넘게 이어진 가을장마로 볏짚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곤포 사일리지 수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서 씨는 평소 논 볏짚을 직접 확보해 곤포 사일리지를 만들어 사용해 왔지만, 올해는 수확량 감소로 자급이 어려워졌다. 부족한 물량을 외부에서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고, 물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곤포 사일리지 한 개당 평균 가격은 6만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7만~8만 원으로 뛰었다. 서 씨는 “포항에서는 물량을 구하기가 어려워 전라도 쪽에서 가져오는 경우도 있는데 운송비까지 더해지면 곤포 사일리지 한 개 값이 10만 원까지 오른다”고 하소연했다.
사육 마릿수가 많을수록 부담은 더 크다. 한우 한 마리가 1년에 소비하는 곤포 사일리지는 평균 4~5개 정도여서, 서 씨 농가 처럼 150마리를 키울 경우 연간 600~750개가 필요하다. 조사료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역에서 8800여 농가가 5630㏊ 면적의 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 이상에서 깨씨무늬병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수확기 가을장마까지 겹치며 피해는 더욱 확대됐다. 수확기였던 지난 10월 포항에서 비가 오지 않은 날은 나흘에 불과했고 20일 넘게 이어진 강수로 논이 장기간 물에 잠겼다.
벼가 쓰러지는 도복 피해는 전체 재배면적의 15%인 845㏊에서 발생했고 침수된 논을 중심으로 수발아 피해가 확산되며 피해 면적은 전체의 25%인 약 1400㏊에 이르렀다. 이 기간 누적 강우량은 175㎜로 평년 강수량(7.4㎜)의 22배에 달했다.
포항시 농업기술센터는 볏짚 수확량이 전년 대비 15~20% 줄어들어 물량 기준 약 5000t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축협과 협의해 내년도에 한시적으로 소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건초 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비 2억 원과 농가 자부담 2억 원을 포함해 총 4억 원 규모로 건초 구매비의 50%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볏짚 물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 가격 상승은 피하기 어려웠다”며 “부족한 조사료를 수입 건초로 보완해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