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고공 점검 작업 대체할 원격 검사 로봇 개발 2026 국제로프운송기구(OITAF) 공식 초청
포항에 있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이 세계 최초로 케이블카·리프트 등 삭도시설을 지상에서 원격으로 검사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2022년부터 4년간 산업통상부, 경상북도, 포항시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약 50억 원이 투입된 프로젝트다.
기존의 삭도검사는 검사원이 수십 미터 상공의 좁은 캐빈에 매달려 직접 와이어와 바퀴(삭륜)를 확인해야 해 추락 위험이 높고 미세 결함을 놓치기 쉽다는 한계가 있었다. 새로 개발된 시스템은 △와이어 로프 검사 로봇 △삭륜 마모도 검사 로봇 △원격 제어 스테이션으로 구성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와이어 로프 검사 로봇은 AI 영상 인식과 자기장을 활용한 비파괴 검사 기술로 로프 외부는 물론, 보이지 않는 내부 결함을 동시에 탐지한다. 최대 분당 4m 속도로 검사가 가능해 효율성도 크게 개선됐다.
가벼운 탄소섬유 복합소재의 삭륜 마모도 검사 로봇은 7개의 관절을 가진 로봇팔로 2.8m의 넓은 작업 반경을 확보했다. 또한 멀티모달 센서를 활용해 0.1mm 단위의 마모도까지 정밀 측정 가능하다.
두 로봇이 측정한 모든 데이터는 원격 제어스테이션이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AI가 결함 위치와 검사 결과를 리포트로 정리한다. 검사원은 지상에서 데이터를 확인하고 결함을 판독해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대비할 수 있다.
실증에서도 성능이 입증됐다. 국내 주요 삭도시설 성능시험에서 기존의 공단 공식 점검 결과와 동일한 결함을 모두 검출했으며,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 외선 마모까지 추가로 찾아냈다.
또한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하이원 리조트 리프트 테스트에서도 원격 검사를 안정적으로 수행해 기술의 완성도와 현장적용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해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로프운송시스템의 세계적인 권위기관 OITAF는 한국 연구진을 2026년 3월 독일 회의에 공식 초청해 기술 발표와 국제 협력 논의을 제안했다. 이는 한국의 기술이 세계에서 인정받음과 동시에 국제 표준 제정에 참여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강기원 KIRO 원장은 “이번 개발로 전 세계 삭도시설 검사원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모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 안전 로봇기술을 산업과 사회에 지속적으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정혜진기자 jhj1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