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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전통한지 서울 특별전 ⋯ 무형유산 한지장 김삼식 장인 작품 세계

고성환 기자
등록일 2025-11-18 10:51 게재일 2025-11-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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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12월 7일 ‘한지가헌’ 에서
“종이가 아닌 자연과 장인이 빚는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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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가헌의 문경전통한지 전시회  ‘한지의 숨결’ 포스터. /문경시 제공

문경에서 이어온 천년 한지의 숨결이 서울 도심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경상북도 무형유산 전승교육사 김춘호 작가와 국가무형유산 한지장 김삼식 장인이 참여하는 특별전  ‘한지의 숨결展’이 21일부터 12월 7일까지 종로구 한지가헌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전시’가 아니라, 문경 전통한지가 걸어온 길, 문화재 복원 현장에서의 가치, 수백 번의 기다림과 손길이 빚어낸 한지의 본질까지 조명하는 특별한 자리다. 

문경 전통한지는 2017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그래픽아트 부서 팀장이던 아리안 드 라 샤펠의 문경 방문을 계기로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전통닥나무 삶기부터 발지, 건조까지의 과정을 직접 지켜본 뒤 “수백 년 이어온 방식 그대로의 종이가 가장 안정적이며,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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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장인이 정제된 한지를 들고 있다. /문경시 제공

그 인연은 이듬해 실제 복원지 납품으로 이어졌고, 2023년에는 해인사 팔만대장경 인출용 한지까지 문경에서 제작됐다. 이는 곧 ‘문경 한지’가 단순한 지역 특산품이 아니라 한국 전통 종이의 정수(精髓)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직지심체요절 복제본, 팔만대장경 인출지, 루브르 박물관 수복용지, 국내외 박물관 납품 전통한지 샘플, 문경전통한지학교 수강생 작품 및 제작 과정 영상 등이 공개된다. 특히 문경전통한지학교 학생들의 1년간 제작 과정은 한지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기다림의 공예’임을 관람객에게 보여준다. 

김삼식 한지장은 50년 넘게 한 길을 걸어온 장인이다. 그는 닥나무의 성질부터 날씨, 물의 온도, 발지의 속도까지 환경 전체와 호흡하며 종이를 만든다. 

 

그는 “전통 방식으로 한지를 만든다는 건 결국 자연을 받아들이는 일이며, 장맛비가 많이 오면 닥나무가 예민해지고, 바람이 심하면 건조 속도가 달라지고, 이 모든 변화 속에서 ‘종이 한 장의 균질함’을 지켜내는 것이 장인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문경의 한지가 왜 세계 문화재 복원 현장에서 선택받는지, 그 이유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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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장인의 한지 뜨는 모습. /문경시 제공

김춘호 작가는 20년 넘게 김삼식 장인 곁에서 기술을 전수받으며 전통한지 전승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한지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인내와 반복’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지를 만든다는 건 하루하루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이며, 오늘의 물이 어제의 물이 아니고, 같은 손으로 떠도 어제와 다른 종이가 나온다. 그래서 한지는 늘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향해 수백 번 손을 움직이는 예술”이라며,  "이번 전시는 전통한지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것을 지켜온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문경전통한지학교는 장인들의 기술을 체계화하여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교육기관이다. 수강생들은 닥나무 채취, 삶기, 초지(발지), 건조, 마감 공정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전통한지의 원리와 정신’을 익힌다.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학생 작품과 제작 영상은 한지가 단순한 전통품이 아닌 현대적 가치와 가능성을 가진 공예산업임을 보여준다. 

전시 공간인 한지가헌은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운영하며, 전통 한지의 쓰임을 생활 속에 확장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전시 △강연 △체험 △한지상품 판매 △한지인화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통한지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문경 한지는 단순히 종이가 아니라, 자연과 장인의 손끝이 함께 만들어낸 문화유산이다.  ‘한지의 숨결 展’은 그 긴 시간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자리이자, 전통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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