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재집’ 국역 발간 기념… 사상·학문적 가치 재조명
조선 중기 문경이 낳은 유학자 활재(活齋) 이구(李榘, 1613~1654) 선생의 학문과 정신을 기리는 학술대회가 지난 13일 문경문화원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국학진흥원이 ‘활재집’을 국역 발간한 것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로, 활재 선생이 남긴 사상과 시대적 의미를 차분히 되짚어보고 현대적 가치로 재해석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이날 학술대회는 오후 1시 등록과 식전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행사장에는 지역 연구자와 시민, 그리고 활재 선생 후손 200여명이 함께 자리했다.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참석자들은 활재 선생의 삶과 저술 세계를 간단히 소개하는 영상을 함께 시청하며 그의 사유가 이 시대에 갖는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첫 번째 주제 발표는 이광호 연세대학교 교수(철학 전공)가 맡아 ‘활재 이구의 위기지학과 리기론’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활재의 사상적 기반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활재는 성리학 내부에서도 독자적 해석과 담론을 구축한 학자”라며 “문경이라는 지역적 기반 위에서 보편적 철학을 모색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이기훈 박사(전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원)는 ‘활재 이구 시의 심미 의식’을 주제로 활재의 시 세계를 설명했다. 그는 “활재의 시는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자신의 철학과 수양의 경지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의 언어 속에 인격적 진정성이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조동명 성균관대학교 교수(문학 전공)는 ‘속사기문을 통해 본 활재 이구의 역사 인식과 글쓰기’를 발표해 활재의 글쓰기 방법과 역사 바라보는 태도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휴식 뒤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박인호 금오공과대학교 교수가 ‘활재 이구의 생애와 사상사적 위상’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짧은 생애였지만 활재는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치열하게 공부했던 학자”라며 “특히 내면을 갈고닦는 학문관은 후대 유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종합 토론에는 윤일권 인하대학교 교수와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가 참여해 발표자들과 함께 활재 사상의 확장 가능성과 현대적 활용 방안을 천천히 논의했다. 학술적 평가뿐 아니라, 활재가 남긴 글이 왜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읽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오갔다.
행사를 주관한 이정식 활재 선생의 후손은 “선조께서 남기신 글과 사유는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정신적 자산”이라며 “오늘처럼 후손과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활재의 삶을 되새기는 자리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문경시민 김모 씨는 “평소 이름만 들었던 활재 선생을 훨씬 더 가깝게 느끼게 됐다”며 “문경에 이런 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지역의 문화적 뿌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발표를 맡은 연구자 한 사람은 “지방의 유학자를 조명하는 이런 학술대회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며 “문경 같은 지역이 가진 학문적 자산이 전국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활재집’의 국역 발간을 계기로 문경 지역 학문사의 깊이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으며, 활재 선생의 철학·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학의 기반을 되새기는 학문 교류의 장으로 의미 있게 마무리됐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