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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신흥동 철길숲서 도시재생 실험···‘청년 백신’ 한동대 ‘선로마루’ 주목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11-16 16:59 게재일 2025-11-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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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빈·이건욱·김주일 교수·손예은·주치언·김예송 학생((왼쪽부터) 이  ‘촌캉스’ 숙박 공간으로 기획 중인 건물 옥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한동대 학생인 김예송·김태빈·손예은·이건욱·주치언씨는 포항시 북구 신흥동 철길숲에 모였다. ‘철길에서 가장 평평하고 중심이 되는 지점’을 뜻하는 ‘선로마루’ 팀원들이다. 지난 9월부터 준비한 노후 도심을 되살리는 도시재생 프로젝트 현장을 누비고 있다. 

빈집을 지역의 창작자들을 위한 팝업스토어로 만들거나 도심형 수박이 가능한 ‘촌캉스’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학생들은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여기에 머물면서 일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집이 즐비한 포항의 노후한 도심에 ‘청년 백신’을 주입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그 중에서도 목적 없이도 산책하는 시민이 끊이지 않는 선형 공간으로서 작은 점포를 두어도 자연스러운 방문이 가능한 구조를 지닌 ‘철길숲’을 무대로 삼았다. 북쪽엔 빈집이 밀집해 초기 시도에 대한 위험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학생들은 새로운 역할을 기다리는 공간으로 빈집을 바라보고 있어서 프로젝트의 성과가 더 주목된다. 

‘선로마루’ 팀이 주목한 주택은 1980년대 전방·뒤채 구조로 앞쪽은 좁고 긴 상업 공간, 뒤쪽은 마당과 연결된 단층 주택이다. 공사를 앞두고 활용 방향을 세밀하게 잡아가고 있다. 전방은 지역 창작자·N잡러가 한 달 단위로 운영하는 팝업존, 뒤채는 오래된 구조를 살린 소규모 숙박으로 설계했다. 디데이는 12월 크리스마스 팝업이다. 신흥동에는 숙박 공급이 거의 없어 새로운 형태의 1박이 주변 지역을 다시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선로마루’는 기대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기반도 이미 마련됐다. 신흥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후 남은 재원으로 약 5000만 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부담한다. 학생들은 한동대 글로컬 사업을 통해 활동비와 교통비를 지원받으며 1년간 무료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조합 예산 확정 즉시 공사에 돌입하고, 공정이 마무리되면 ‘선로마루’가 직접 운영한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문제의 본질을 ‘주거 기능의 붕괴’로 규정했다. 김 교수는 “포항시는 중앙상가 공실 해소나 행사 중심 재생을 반복했지만, 정작 도심에 머물 사람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며 “고령화된 도심과 외지 거주 집주인 구조를 그대로 두면 쇠락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청년이 일상적으로 드나들고 머무르는 생활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도심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신흥동에서 가능성이 확인되면 철길숲 남쪽,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주변, 송도 등 다른 쇠퇴 지역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의 변화가 인근 골목으로 번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도시 재생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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