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콩잎 만드는 법을 배운다
어머님이 이제 늙으셔서
더 이상 얻어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반찬은 물러설 수 없다
연습을 거듭해도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맛의 행방을 추적한다
불가하다, 문득, 이게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극에 도달하기 위해,
단촐한 여섯 식구 입맛의 테두리에 갇힌다 해도
그것이 세계였다
손과 혀에 일찍 탁마(琢磨)된 가없던 시절,
어머니 세월의 고행(苦行)를 해독(解讀)하는 시간,
짓이긴 마늘과 분쇄된 매운 고추,
슬쩍 손길 더하는 알싸한 제피가루, 그리고
정제된 멸치액젓이 나를 벼르고 있다
해 봐라, 너의 완성도는 어디까지인지,
차라리 사 먹고 말자고 대항한다지만
그래도 미련은 태산처럼 남는다
지쳐 냉장고에 기대에 천장을 바라보며
사람의 내공(內功)에 대해 생각했다
나의 근기(根氣)로는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할
꼬라지의 변방이다
흉내에 치장된 껍데기의 맛만 볼 뿐,
그런 그 삶이, 지겨움에도 불구하고
멀지만 본질에 향하는 삶,
의미가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단풍콩잎 하나로도 미래를 지배하므로
우리는 굴종해야 한다, 다만
내가 잘 살길 바란다, 어렵겠지만.
…….
간장에 박아둔 노란 콩잎을 꺼내 멸치액젓을 잘 발라 며칠 묵혀 두었다가 양념해서 먹으면 그보다 더한 반찬은 없다. 도저히 어머니를 이길 방법이 없다. 세상에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가 있다. 나는 그것을 노린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