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이사람] 소외된 자들과 소통의 장 펼치는 주훈 목사의 16년 나눔 이야기

이시라 기자
등록일 2025-11-09 14:45 게재일 2025-11-10 3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주훈 포항참사랑교회 목사(오른쪽)와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5일 포항시 북구 대흥동의 한 공터에서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지난 5일 포항시 북구 대흥동 옛 포항역 인근 공터에 200여 명의 노인이 몰렸다. 찌푸린 얼굴 하나 없이 모두 밝았다. 

주훈(62) 포항참사랑교회 목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에서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식료품을 나눈다. 떡·빵·컵라면 등 끼니 해결을 넘어 사람이 그리운 이들에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최모씨(72·여) 는 “오늘만 손꼽아 기다렸다. 여기는 이야기 나눌 사람들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는 식료품을 나눠주고 있는데, 정부 지원 없이 주훈 목사가 교회 운영비를 아껴 마련한 돈에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보태지고 있다. 60~80대 홀몸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가 이곳을 찾는다. 휴대전화가 없어 소식을 주고받기 어려운 노숙인들도 이 시간을 기억해 스스로 모여든다. 

10년째 봉사에 참여중인 김수일씨(74)는 “처음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내 삶의 가장 큰 행복이자 기쁨이 됐다”고 말했다.

41살에 늦깎이로 신학대학에 입학해 목회자의 길을 선택한 주 목사는 교회 개척을 위해 2010년 포항에 정착한 뒤부터 노숙인을 위해 따뜻한 밥을 지었다. ‘밥 짓는 목사’라는 꼬리표도 생겼다. 밥 짓는 냄새로 늘 가득한 교회에는 어느새 쌀과 라면, 식재료가 모여들었다. 

목회자 이전에 사회복지사로서 편하게 월급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주 목사는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을 때까지 사역만 하고 싶다”는 신념을 지켜가고 있다. 실제 그는 17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노숙인과 알코올중독자들을 돌봤고, 노숙자 쉼터 원장으로도 근무했다. ‘노숙인의 친구’가 됐다. 주 목사에게 봉사는 일상이자 삶의 이유가 됐다.

주훈 목사는 “마음이 지친 이들이 매주 수·목요일 나눔의 장에서 위로받았으면 좋겠고, 사회의 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