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송이 감염 묘 활용한 인공 재배 기술 현장 적용
2022년 3월, 열흘간 이어진 울진·삼척 대형 산불은 경북 동해안의 산야를 잿빛으로 물들였다.
불길은 산과 마을을 삼키며 1만 6301헥타르의 산림을 태웠고, 피해액은 9000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울진군 북면·죽변면·금강송면 등 송이 주산지는 회복이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
산불 이전인 2021년 울진의 송이 생산량은 12톤이었으나, 산불 이후에는 약 7톤(7000㎏)으로 급감했다. 송이는 울진 주민의 주요 소득원이자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어서, 피해는 단순한 산림 훼손을 넘어 생계 기반의 붕괴로 이어졌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김용관)이 주도하는 ‘산불피해지 송이 산 복원 시범사업’이 첫 삽을 떴다. 이번 사업은 산불로 훼손된 송이 산을 복원하기 위해 국가 연구기관·지자체·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연 협력 모델로 추진된다.
과학원은 송이 균환이 일부 남아 있는 피해지를 중심으로, 자체 개발한 송이 감염 묘와 접종 묘를 활용한 인공 재배 기술을 현장에 적용한다. 울진국유림관리소는 국유림 제공과 관리, 지역 주민은 대상지 선정과 재배 기술 습득을 맡는다. 복원 과정 전반에 주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현장에 장기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송이 균환의 활착과 감염 묘의 생장 과정을 추적하며, 복원 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올해 송이 생산량은 아직 산불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11월 4일 기준 울진지역 송이 생산량은 2,875.59㎏으로,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박응준 산림 미생물 이용 연구과장은 “이번 울진 시범사업을 통해 산불피해지 송이 산 복원 모델을 과학적으로 검증·확립하고, 향후 영남권 전역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며 “과학기술과 주민 참여가 결합된 새로운 산림 회복의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