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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의 길-장기 일출암(日出岩)

등록일 2025-11-05 16:41 게재일 2025-11-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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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얼굴화병과 별’

산다는 거,

가만히 응시하면

그래, 주관은 없어,

객관의 일직선을 증명하는 것

장기천을 걸으며 느꼈네

 

그 끝과 시작에

일출암이 있네

 

그냥 바위지만

큰 법당이네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순간을

의무적으로 지탱하고 있네

 

지나치는 길이라 눈여겨 보지 못할 변방이라 해도

차라리 그곳이 구룡포의 배꼽

가만히 바라보면

삶이 무력하고 고달파도, 바다를 바라보는 것

선험(先驗)이 그런 것이라고 넌지시 옆구리를 파고 든다

 

가치를 모르는 삶이 너무 많기에

하찮은 존재들이 오히려 나를 구축한다

나로서는 그리 생각하면 안 되지만

고마운 일이었다

대충 잘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라고

일출암은 지적한다.

 

…..

일출암을 기준으로 해와 달의 길을 되짚어본다. 장기천은 그 좁은 수량에 감당하지 못할 역할을 거뜬히 수행하는데, 의미는 부여함으로 가치를 획득한다. 늘 갈숲 바람이 적당하다. 일출암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고고해서 스스로 빛난다. 육당 최남선이 동해십경의 하나로 명명한 것은 탁월한 식견의 결과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다.

인생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이 되어야 한다. 한때 불려지고 마는 유행가가 되면 안 된다. /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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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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