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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파트값 ‘100주의 저주’ 끝은 어디?… 하락세 ‘사상 초유’

김재욱 기자
등록일 2025-10-30 16:32 게재일 2025-10-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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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금리인상·매수심리 위축에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
주요 학군·신축 아파트 밀집지역 중심 소폭 상승 전환됐지만
전문가들은 “공급 리스크 해소 시점까지 횡보·약보합세”전망
대구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경북매일 DB

대구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한국부동산원 10월 넷째 주(지난 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 결과 100주 연속 하락이라는 충격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지역 주택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대구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와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보다 0.04% 내리며 하락 폭이 커졌다.

현재 부동산업계에서는 대구 아파트값 하락세가 100주라는 기록적인 기간 동안 지속된 주요 원인은 압도적인 공급 과잉과 금리 인상 및 매수 심리 위축 등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대구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 및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수요 대비 과도한 입주 물량이 시장에 쏟아졌다. 미분양 물량도 꾸준히 쌓여 매매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됐고, 이는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매수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켰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관망세가 짙어지며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했다.

최근 대구시의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대구 공급과잉이 악성 미분양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경기 용인시갑)은 대구시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지난 2020년 이후 다수의 정비 사업이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돼 수만 가구에 달하는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공급 과잉을 초래해 악성미분양과 지역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대구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대구시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 2021년 1만 6259호, 2022년 1만 9346호, 2023년 3만 3103호, 2024년 2만 4921호로 증가했다.

단기간 대량 공급 양상은 공동주택 인·허가 물량 추이에서도 드러나 2021년 2만 2767호, 2022년 2만 5544호로 폭증하다가 2023년 1만 3962호, 2024년 2996호 2025년 8월 기준 2273호로 격감했다.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대구의 경우 100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제공

단기간 대량으로 공급된 아파트 물량으로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2021년 1977호(입주예정물량 대비 미분양율 12.2%)에서 2022년 1만 3445호(69.5%), 2023년 1만 245호(30.9%), 2024년 8807호(35.3%), 2025년 8월 8762호(68.3%)로 나타났다.

2025년 8월 미분양 호수 기준으로는 경기도(1만 513호) 다음으로 많지만, 인구 수를 고려하면 사실상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해마다 하락해 2021년 126.7에서 2025년 8월 기준으로 96.7까지 꾸준히 떨어졌다.

대구 내 지역별로 미묘한 온도 차도 감지할 수 있다.

주요 하락 주도 지역은 서구, 남구 등 구축 위주이거나, 비교적 외곽 지역에서 큰 누적 하락률을 기록하며 전체 내림세를 주도했다. 또한, 달서구, 동구 등도 중소형 또는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최근 들어 수성구와 중구 등 주요 학군이나 신축 아파트가 밀집된 핵심 지역에서는 소폭이나마 상승 전환을 보이거나 하락 폭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이는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똘똘한 한 채’ 위주로 국지적인 수요가 살아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대구 아파트 시장이 당분간 급격한 V자형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여전히 남아있는 미분양과 입주 예정 물량이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며 “고금리 부담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매매 시장의 활성화는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급 리스크가 해소되는 시점까지는 장기적인 횡보 또는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정부의 지방 부동산 활성화 정책 도입 여부와 금리 인하 시점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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