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지원 기대 속 ‘시민 참여·권한 이양’ 요구 분출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열린 첫 권역별 설명회에서 대구시는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시민 참여와 권한 이양 문제를 둘러싼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대구시는 6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권역별 설명회’를 열고 통합 추진 배경과 특별법안 내용 등을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서구·달서구·달성군 주민과 시민사회, 학계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대구시는 수도권 집중 심화에 대응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응민 대구·경북 행정통합지원단 부단장(대구시 정책기획관)은 “수도권 집중화로 대구 경제 성장률은 7개 특별시·광역시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라며 “20년 뒤에는 대구와 경북 모두 지방 소멸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통합 특별시에 서울급 위상 부여와 함께 연간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 재정 지원, 공공기관 이전, 기업 세제 개편 등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책토론에서는 통합 추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권한 이양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대표는 “중앙정부가 여전히 권한을 내려놓지 않아 시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재정 지원도 중요하지만 시민 참여 확대, 입법·재정 권한 이양, 주민투표 등 민주적 절차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체계 변화에 따른 기능 약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는 “행정통합으로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크다”며 “대구시와 경북도가 수평적으로 통합될 경우 대구광역시는 현행 형태로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역시와 광역도가 수행하는 행정 기능이 다른 만큼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통합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도시계획, 교통망, 학군 조정 등 광역시가 담당해 온 기능이 제대로 유지될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정책 반영 여부를 묻는 시민 질문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과거 토론회 논의가 실제 정책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궁금하다”며 “성과가 있었다면 유사한 논의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준혁 대구·경북 행정통합지원단장(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행정통합 논의는 2019년부터 진행됐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1년 6개월가량 논의했다”며 “특별법안 미비점 등은 통합 전후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대구공무원노조 연대’는 6일 오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 행정통합’을 반대한다”며 통합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연대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은 채 강행하는 행정통합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핵심인 소통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대구공무원노조 연대에는 대구시공무원노조와 대구시교육청공무원노조, 대구교사노조가 참여했다.
대구교사노조는 별도 성명을 통해 행정통합 특별법안의 교육 분야 조항도 문제 삼았다.
노조는 “행정통합 특별법안은 지역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교육의 본질과 헌법적 가치를 외면한 위험한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교원 양성과 연수, 교육과정 운영 전반을 특별시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과 교육기본법이 정한 국가 교육과정 체계를 사실상 우회할 수 있다”며 “특별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무·김재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