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화상이나 만성 상처로 피부를 잃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열렸다. 다른 사람의 피부나 인공 재료에 의존하던 기존 치료법 대신, 자신의 세포로 ‘나만의 피부’를 재생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포항공과대학교는 이준민 신소재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과 박보영 이화여대 교수, 김한준 고려대 교수가 공동으로 환자 본인의 세포와 조직을 활용해 맞춤형 인공피부 이식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현재 화상이나 만성 상처 치료에 주로 쓰이는 ‘자가피부 이식법’은 건강한 피부를 떼어내야 해 이식 면적이 제한되고 수술 후 흉터가 남는다는 한계가 있다. 인공 재료 기반의 ‘무세포 진피 매트릭스(ADM)’나 세포 주사 요법도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지만,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거나 세포 생존율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연구팀은 ‘몸이 스스로 알아보는 재료’에서 해법을 찾았다. 환자 피부에서 세포만 제거한 ‘탈세포화 세포외기질’을 만든 뒤 같은 환자의 각질형성세포와 섬유아세포를 더해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새로운 인공피부를 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식재는 환자 고유의 단백질 조성과 미세 구조를 그대로 재현해 몸이 ‘자신의 피부’로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연구팀의 이식재는 진피층 섬유아세포의 콜라겐 생성량이 기존 대비 2.45배, 혈관 연결과 혈관망 형성이 각각 1.27배와 1.4배 증가하는 등 피부 재생에 필요한 환경을 충실히 재현했다. 동물실험에서는 염증 반응을 줄이면서 2주 만에 완전한 피부 재생이 이뤄졌고 출혈이나 흉터 없이 안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특히 이 기술은 면역 거부 반응이 거의 없어 당뇨 합병증으로 생기는 ‘당뇨발’이나 만성 염증성 상처처럼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에도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민 교수는 “환자에게서 얻은 재료를 다시 그 환자의 치료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맞춤형 재생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환자 특성에 완벽히 부합하는 이식재라는 점에서 큰 경쟁력을 갖춘 연구”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