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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달라진 결혼식 풍경

등록일 2025-10-21 16:03 게재일 2025-10-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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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버진로드를 홀로 당당히 걸어가고 있다. 달라진 결혼식 풍경 중 하나다.

주말에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2주 전에 도착한 모바일 청첩장엔 짧은 소개 글과 부모님의 성함과 당사자의 이름, 예식장의 지도와 함께 축의금 송금 계좌번호도 따라왔다. 축의금을 직접 손으로 건네면 아날로그의 맛이 있지만 축의금을 받고 봉투를 열어 직접 돈을 세고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이 적잖이 신경 쓰이는 일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결혼식장으로 향하기 전 바로 송금한다. 최근에는 절도 방지를 위해 키오스크를 설치한 결혼식도 있다지만 축하해야 할 일에 돈이 앞서는 것 같아 아직까지는 내키지 않는 풍경이다.

버진로드에 장식한 꽃들은 딱 필요한 만큼만 있어 예식을 보기에 편하고 기분까지 좋아졌다. 신랑 측 하객이었지만 평소에 신랑 측인지 신부 측인지 별생각 없이 지인들 따라 앉았던 자리도 신부 측은 하객 기준으로 오른쪽이라는 것도 알았다. 버진로드로 입장하는 신부의 위치와 같은 방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식은 경쾌하게 흘러갔다. 예식 선언과 신랑 부모가 덕담을 한다. 신부가 입장할 차례가 되자 당연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신부는 홀로 입장했다. 그 모습이 새로웠지만 당당해 보였다.

결혼식 후 식사하며 지인에게 이야기를 하니 요즘은 신부가 홀로 입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손을 넘겨잡는 게 부계사회의 전통에 따라 아버지의 보호 아래에 있다가 남편에게 인도된다는 의미를 Z세대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한다면 신랑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결혼식은 주례 없는 결혼식이었다. 주례사를 듣는 대신 신랑 신부는 서로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를 낭독했다. 신부가 신랑에게 마음 깊이 사랑한다는 말로 끝맺자, 하객들은 박수로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신랑과 신랑 친구들의 노래와 춤으로 이어졌다. 한 편의 작은 공연이었다. 결혼식 당사자들이 진정으로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공연 중간 추임새처럼 웃고 즐거운 눈빛을 보내는 하객들도 결혼식에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들어 모두 즐거웠다.

주례가 없는 결혼식도 요즘의 대세가 된 결혼식 풍경이다. 예전의 주례와 주례사를 떠올려 보면 결혼식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확실히 지루했다. 은사님이나 사장님 등 자신이 잘 아는 분이라도 훈화 같은 말씀에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내용은 기억나지도 않고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멋진 주례사대로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많던 주례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30분이 안 되는 짧은 결혼식 시간이 지루했던 주례사를 조용히 사라지게 만든 것도 있다.

여기에 2030 세대들은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만들어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늦은 나이에 하는 결혼이 많아지면서 더욱 그런 분위기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주례였는데 우리의 전통결혼식에도 주례는 원래 없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이후 서양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결혼식에도 주례가 생긴 거였다. 요즘은 결혼식을 간단하게 하고 본인들의 결혼식에 집중하려는 분위기로 인해 주례가 없어지고 있다.

결혼식도 시대를 반영한다. 주례와 주례사 없는 결혼은 누군가 나이 지긋한 분의 권위에 기대어 하는 약속보다 주인공들이 자신들이 하는 말로 서로에게 전하는 약속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환영하는 시대다.

결혼식을 끝내고 첫걸음을 내딛는 한 쌍의 앞날이 행복하길 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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