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밥 헌터스-영덕 도마토 분식 이름만 분식일 뿐 맛있는 노포 백반집 손 많이 가는 갖가지 제철나물 구첩상 밥도 반찬도 후한 덤 언제나 배부르게
김떡순을 아는가, 동생은 김튀순. 학교 앞 분식집의 메뉴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다. 하굣길에 김밥, 떡볶이, 순대를 친구들과 다 시켜서 나눠 먹곤 했다. 학교마다 교문 앞에는 분식집이 꼭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듯 학생들은 꼭 들러 어묵을, 라면을, 쫄면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아마 시작은 분식이었으나 지금은 백반집이 된, 이름만 분식일 뿐 밥이 맛있는 집이 있다. 영덕 야성초 옆에 자리했다. 토마토라고 하면 신세대, 도마도라고 알면 쉰세대라는데, 간판에 신세대와 쉰세대를 섞어서 ‘도마토 분식’이라고 붙었다. 간판도 외관도 바래서 장사 안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낡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관에 손님이 벗어놓은 신발이 가득하다.
거실과 방에 앉은뱅이 테이블이 두 개 놓인 아담한 가게이다. 벽에 영화 그랑블루 포스터가 걸렸다. 1988년 뤽 베송 감독의 영화다. 오래된 노포라는 듯 창문이며 벽지, 장판, 벽에 불을 켜는 스위치도 시골 외할머니댁에 온 듯하다. 심지어 에어컨도 없다. 그래서 한여름에는 이곳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되었을 뿐 끈적거리지도 않고 찌든 냄새도 없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자마자 영덕에 사는 언니와 찾았다. 근처 공무원들의 점심시간에 맞춰 가면 두 명이 한 테이블 차지하는 게 미안해서 한소끔 지나갔다. 메뉴는 주문할 필요도 없다. 몇 명인지만 말하면 알아서 차려준다. 자리에 앉으면 먼저 물을 내온다. 생수병에 든 것은 갈색 물, 보리차다. 이 집은 물 맛집이다.
반찬이 먼저 나왔다. 무생채, 오뎅볶음, 콩나물무침, 초록색의 나물은 그때그때 나는 제철 나물무침, 배추겉절이, 한 장 한 장 양념 바른 손이 많이 가는 깻잎무침, 멸치볶음이거나 코다리조림일 때도 있고, 도라지무침. 나물 반찬은 모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다듬고 데치고 무치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슬로우푸드다. 그러고도 맛이 없는 음식점이 많지만 도마토 분식은 다 맛나다.
그리고 이 집만의 특별한 반찬으로 가자미조림이 때깔 좋은 양념을 입고 군침을 삼키게 했다. 가자미조림이 뭐 그리 특별하냐고 되묻는다면, 나는 보통 다른 집에서 가자미조림에 손을 대지 않았다. 두 손 다 써서 애를 써도 발라지지 않으려고 바싹 붙어서 입에 들어오는 것보다 버려지는 게 많고 열 손가락에 양념이 손톱 사이에 다 스며들어 기분도 찜찜해지기 때문이다. 도마토 분식의 가자미는 성격 좋은 시누처럼 젓가락으로 발라도 슬 벗겨진다. 간도 딱 맞아서 사장님께 늘 더 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면 덤을 주신다. 하지만 워낙 비싼 재료란 걸 안다.
반찬과 함께 대접에 고슬고슬하게 방금 한 밥이 나온다. 구 첩 반찬을 넣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내며 마지막에 상에 오르는 된장찌개를 넣고 비벼 먹으라고 대접에 밥을 주는 거다. 밥은 먹고 싶은 만큼 더 먹어도 된다. 하지만 먼저 깻잎 한 장 떼서 하얀 쌀밥에 싸서 맛본다. 그래, 이 맛이야! 구 첩 반찬을 골고루 먹다 보면 밥이 모자라 떠오고, 보탠 밥에 찬이 모자면 또 더 준다. 어느새 배가 턱까지 차오른다. 문 앞에는 후식으로 믹스커피를 셀프로 타서 먹도록 했다. 말 잘하면 근처에 단체배달도 한다고 했다.
도마토 분식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한다. 일요일은 휴무이니 미리 연락해 보는 게 좋다. 주차 공간은 따로 없고 바로 근처에 공영주차장이 있고, 길가에 적당히 대야 한다. 영덕읍 덕곡4길 5-1이며 네이버에는 ‘도마토’를 ‘토마토’로 고쳐 적어놓았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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