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희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나무
화분 안에 갇힌 한 마리 새처럼
어둠 속에서 날개 터는 작은 소리 들었다
큰 화분으로 옮겨주면 날개 접고 노래 부를 수 있을까
화분과 한 몸처럼 붙어
모종 삽날로 흙덩이를 파낸다
제 뿌리를 맴돌며 시간을 쌓고 있었다
뿌리가 뿌리를 껴안은 것 같지만
서로 밀어내고 있었다
품을 수 없는 어둠이 싱크홀처럼 자라고 있었다
화분을 깨트리고 나서야 나무는 자유로워졌다
아니 새는 몸이 가벼워졌다
함부로 뻗은 생각을 쳐내자
이제 뿌리가 가지런해졌다
새는 날기를 멈추고
또 다른 세계를 찾아 발을 멀리 놓겠지
…..
‘나무’는 시인의 마음을 비유할 터, 뒤엉켜 있어 서로 밀어내고 있는 화분 속의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나무”의 뿌리처럼 시인의 마음에도 여러 모순적인 생각들이 뒤엉킨 상태겠다. 시인은 나무-생각-를 가두고 있는 화분-틀-을 깨트리자 나무는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화분에 갇혔던 새-정신-도 몸이 가벼워질 수 있었다고. 하여, 이제 새는 날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나무-되기’를 통해 “다른 세계를 찾”으려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