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양극화·공동체 붕괴 직면 인간다운 삶의 필수 영역 공공화
지금 대한민국은 저성장과 양극화가 구조화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신뢰의 해체와 공동체 붕괴, 기후 위기와 생태적 파국의 위기 앞에 놓여 있다.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시장경제 체제와 질주하는 과학기술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결과, 주거와 일자리, 교육과 의료, 먹거리와 돌봄, 신뢰와 공동체, 소득과 미래 설계의 기회 등 당연하고 ‘기본적인’ 삶의 조건들이 더 이상 보장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신간 ‘기본경제 기본사회’(다할미디어)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성장, 양극화, 공동체 붕괴 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 사회경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 출신으로 청년기본소득 정책 설계에 참여한 유영성 박사는 이 책에서 “시장경제의 한계를 넘어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재정립하자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유 박사는 프롤로그에서 “효율과 성장만을 추구해온 신자유주의적 질주가 주거, 일자리,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파괴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인 43.2%(2022년 기준)에 달하며, 청년들은 주거비와 학자금 대출에 시달리고 중년은 돌봄과 노후 준비의 이중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은 ‘기본경제’와 ‘기본사회’라는 두 개념을 제시한다. 기본경제는 주거, 식량, 의료, 교육, 돌봄, 에너지 등 인간다운 삶에 필수적인 영역을 공공적이고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재설계하자는 제안이다. 단순히 복지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구조 자체를 전환해 시장 실패 영역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사회는 신뢰, 연대, 존엄을 핵심 가치로 삼아 서로 돌보며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의 제도화를 의미한다. 기본경제를 토대로 한 사회 구조로서, 개인의 자율성과 공동체의 연대를 조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 두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책은 6가지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해 삶의 안전망을 구축한다. 기본자산은 생애 초기 단계에서 교육, 주거, 창업 등에 필요한 자산을 제공해 자립 기반을 마련한다. 기본금융은 사회대출, 신용회복지원 등으로 금융 소외계층을 포용한다. 기본서비스는 교육, 돌봄, 건강 등 공공인프라를 보편적으로 제공한다. 사회적경제는 협동조합, 지역기업 등을 통해 공동체 중심의 경제활동을 촉진한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 소비 순환을 강화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기본경제:삶의 기반을 다시 짜다’에서는 시장경제의 한계와 기본경제의 필요성을 분석한다. 제2장 ‘기본사회: 관계의 구조를 다시 세우다’에서는 공동체적 가치 회복을 위한 사회 모델의 방향을 제시한다. 제3장 ‘통합: 기본경제와 기본사회, 하나의 구조’에서는 두 개념의 유기적 관계를 설명한다. 제4장 ‘실천: 기본경제와 기본사회의 구체적 실현’에서는 앞서 언급한 6가지 전략을 세부적으로 다룬다.
유영성 박사는 “기본경제와 기본사회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사회 계약”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거, 교육, 돌봄 등 삶의 필수 요소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아닌 모두의 권리로 인식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책 설계부터 시민 참여까지 다층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