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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집이 없다” 울릉도 주택보급률 전국 최하위 74.8%

김두한 기자
등록일 2025-10-23 12:40 게재일 2025-10-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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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유입·정착 가로막는 주거난, 공공임대 확대 절실
울릉도에서 세대수가 가장 많고 높은 LH임대아파트. /김두한 기자 

 울릉도의 주택보급률이 전국 최하위 수준인 74.8%에 머물며, 청년층 유입은 물론 기존 주민의 정착 의지도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울릉공항 개항을 앞둔 시점에서 ‘살 집 없는 섬’의 구조적 문제가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21일 울릉읍 도동리의 한 주택 골목. 낡은 슬레이트 지붕 사이로 ‘임대 문의’ 문구가 붙은 집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울릉도에서 20년째 거주 중인 김모(62) 씨는 “요즘은 방 하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육지처럼 신축 아파트가 없고, 기존 단독주택도 대개 세대 분리가 안 돼 청년들이 독립하려면 사실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울릉군의 주택보급률은 5287세대 중 3955가구(74.8%)로, 전국 평균 112.2%에 비해 37%p 이상 낮다. 주택 만족도는 47.8%로 경북 평균(53.6%)보다 5.8%p 낮았고, 자가주택 비율은 49.7%로 경북 평균(71.3%)에 한참 못 미친다.

울릉도 관문 도동라 대부분 건물이 상가로 주택은 거의 없거나 상가, 주거 복합이다. /김두한 기자 

청년층의 주거난은 더 심각하다. 울릉고를 졸업한 뒤 도동에서 카페를 하는 박 모씨(28)는 “직장을 잡고 섬에 남고 싶었지만, 방이 없어 한동안 지인 집에 얹혀살았다”며 “임대료도 육지보다 비싸서 월 50만~60만 원은 기본”이라고 토로했다.

울릉군의 주택보급률이 낮은 원인은 지리적 제약과 건축비 상승에 있다. 자재 반입부터 인력 수급까지 모든 비용이 육지보다 약 2배 이상 비싸 민간 건설사들의 참여가 거의 전무하다.

울릉읍 내 한 건축업자는 “콘크리트, 철근, 마감재 전부 배편으로 들어오다 보니 단가가 폭등한다”며 “공사 기간도 길어져 민간에서 사업성이 없다”고 했다.

결국 울릉도의 주택공급은 공공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공공임대사업도 예산과 절차 문제로 속도가 더디다. 최근 울릉공항 개항 관련 용역에서도 “주택난이 인력 유입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울릉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저동리 높은 건물은 숙박시설이다./김두한 기자 

울릉군은 돌파구로 ‘약정형매입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민간이 설계·시공하고, 경북개발공사가 준공 후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구조로, 기존 공공임대보다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북도는 2026년까지 울릉군을 포함한 4개 시·군에 총 250호를 배정할 계획이다. 울릉군은 자체 수요조사 결과를 근거로 150호 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경북도에 전달했다. 하지만 도는 타 시·군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조정 중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민간사업자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에서 공공임대 확대만이 실질적인 대안”이라며 “다른 지자체보다 근본적으로 다른 울릉군의 절박한 상황을 도에 적극 설명해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울릉도의 주택 문제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인구 유지와 지역 생존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울릉읍에서 만난 한 주민은 “섬에서 태어나 살고 싶어도 살 곳이 없으면 결국 떠나게 된다”고 했다. 공항 개항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주거 인프라 확충’은 울릉도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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