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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결제·길찾기까지 한 번에 가능해야

최병일 기자
등록일 2025-10-20 19:58 게재일 2025-10-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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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세계의 무대에 오르다
가을이 한복판에 내려앉은 연지의 모습. 

APEC 정상회의는 단순히 외교무대가 아니다. 참가자와 기자단, 방문객은 도시 곳곳을 누비며 ‘경주의 디지털 역량’을 직접 체험한다. 안내 표지판과 길찾기 앱, 다국어 지원과 장애인 접근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관광객의 손 안에서 이뤄지는 시대다.

 

앱 지원, 영어·일어·중국어는 기본 
베트남어 등 신흥언어도 포함해야 


천년고도·문화유산·첨단 마이스 
‘브랜드 메시지’ 명확히 전달하는 
시민 동참 캠페인 진행 시급 과제

● 글 싣는 순서

1. 교통· 숙박 문제 마지막 남은 퍼즐
2. 세계유산 보존·관람 동선 관리, 경주 품격 가르는 분수령
3. 친환경과 안전없이 성공도 없다.
4. 디지털, 스토리텔링으로 경주를 세계에 알리자

△ 다국어 통합 앱, ‘원스톱 플랫폼’ 필요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다국어 통합 안내 앱을 꼽는다. 교통·숙박·유적지 정보가 분산돼 있는 현재 구조로는 외국인이 이용하기 어렵다. 관광학자는 “영어·중국어·일본어는 기본, 베트남어와 스페인어 같은 신흥 언어도 지원해야 한다”며 “예약·결제·길찾기가 한 번에 되는 원스톱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주의 문화유산은 눈으로만 보는 시대를 넘어섰다. 불국사, 대릉원, 황룡사지 등을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콘텐츠로 구현하면, 짧은 일정에도 깊이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IT 관계자는 “현장 가이드 부족 문제도 디지털 체험이 일부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회의에는 장애인 참가자와 고령 방문객도 포함된다. 휠체어 이동 동선, 시각장애인용 음성 안내,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수어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APEC은 단순한 접근성 점검을 넘어 도시 포용성의 국제 무대”라고 강조한다.

행사 기간, 교통 혼잡과 군중 밀집은 불가피하다. 이를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이 관건이다. GPS 기반 대중교통 위치 안내, 혼잡 구간 알림, 대체 동선 제시까지 앱에서 지원해야 한다. 안전 전문가들은 “실시간 정보는 단순 편의가 아니라 안전의 필수 장치”라고 지적한다.

APEC 참가자들이 남길 후기는 ‘경주의 디지털 경험’이다. 다국어 앱의 완성도, 무장애 서비스의 정교함, 실시간 정보 제공의 신속함이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한다. 경주는 디지털 친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브랜드 메시지·미디어 전략·스토리텔링이 관건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외교 무대인 동시에 ‘세계 언론의 축제’다. 수천 명의 기자단이 경주에 몰려들고, 수억 명의 시청자가 중계 화면을 통해 도시를 바라본다. 경주의 얼굴은 회의장뿐 아니라 거리, 문화유산, 시민의 표정까지 총체적으로 비춰진다. 이번 회의는 경주가 어떤 도시로 세계에 각인될지를 가르는 결정적 기회다.

전문가들은 경주의 브랜드 메시지를 ‘짧고 선명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광홍보 관계자는 “경주가 강조해야 할 키워드는 천년고도, 문화유산, 첨단 마이스(MICE) 도시라는 세 축”이라며 “이를 슬로건 하나에 응축해 세계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계 언론은 사진과 영상으로 도시를 소비한다. 따라서 경주는 드론 항공 촬영, 야간 레이저 쇼, 인터뷰 공간 등 ‘그림이 되는 장면’을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 PR 전문가들은 “무엇을 보여줄지 정하지 않으면 언론은 우연한 장면을 담는다. 도시가 원하는 메시지를 영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국사·대릉원 같은 고대 유적은 경주의 상징이다. 그러나 단순한 유적 설명만으로는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기 어렵다. 청년 창업, 친환경 교통, 스마트 도시 같은 현재의 이야기와 결합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문화기획자는 “APEC을 계기로 경주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미래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 이미지는 시민의 표정에서 완성된다. 거리 질서, 자원봉사자의 미소, 지역 상인의 환대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전문가들은 “시민과 함께하는 캠페인이야말로 가장 진정성 있는 PR”이라고 말한다.

APEC은 경주가 세계 무대에서 스스로를 소개할 ‘자기소개서’다. 메시지는 단순해야 하고, 장면은 강렬해야 하며, 시민의 참여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경주가 이번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천년고도의 이미지는 과거의 도시에서 미래의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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