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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숙박, 단순 편의 아닌 APEC 품격 좌우

최병일 기자
등록일 2025-09-22 19:39 게재일 2025-09-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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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세계의 무대에 오르다
APEC의 성공여부는 교통문제 해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신경주역.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이하 에이펙 )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 천년 신라의 수도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보고(寶庫)인 경주에 세계 21개국 정상과 대표단, 언론이 몰려든다.

도시는 새로운 기회를 얻지만, 동시에 냉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관광 분야에서 경주가 풀어야 할 숙제는  교통·문화재·숙박·안전·지역경제 다섯 가지다.  회의 개최 40여 일이 남은 상황에서 최종 점검해야할 상황은 무엇인지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VIP·관광객 동선 물리적 분리
 사소한 돌발 상황도 일정 차질
 병목현상·주차문제 해소 관건


 정상과 대표단·참가자들 숙소
“작은 소음·돌발 상황 외교 영향
 보안·위생·운영 철저히 관리를”

● 글 싣는 순서 

1. 교통· 숙박 문제 마지막 남은 퍼즐
2. 세계유산 보존·관람 동선 관리, 경주 품격 가르는 분수령
3. 친환경과 안전없이 성공도 없다.
4. 디지털, 스토리텔링으로 경주를 세계에 알리자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주. 세계의 정상과 대표단이 모여드는 보문관광단지 일대는 회의 기간 동안 ‘최대 혼잡 구간’이 된다. 교통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회의의 품격을 좌우하는 관문이다.

△ 회의장까지 1km 병목현상 해소가 관건 

서울·부산에서 KTX 신경주역까지는 두 시간 남짓. 포항·울산공항을 통한 하늘길도 열려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마지막 구간이다. 신경주역에서 보문단지까지는 차량으로 25분 안팎. 정상 차량·셔틀버스·일반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병목은 불가피하다.

교통계획 전문가들은 “행사장 접근로를 일방통행화하고, 우회도로와 임시 주차장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셔틀버스, 디지털 예약제로 혼잡 완화해야 

 경북도와 경주시는 KTX역과 공항, 시내 주요 거점에서 행사장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간대별 수요 예측 없이는 혼잡이 되풀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QR코드 기반 ‘실시간 셔틀 예약제’를 도입해 승객 분산을 유도할 것을 제안한다. “수요를 예측하고 분산하면 대기 줄은 줄이고, 안전성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과 대표단 차량이 통과할 순간, 주변 도로는 사실상 폐쇄된다. 행사 관계자는 “VIP 이동 경로와 일반 관광객 동선을 물리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며 “예비 경로를 동시에 확보하지 않으면, 사소한 돌발 상황도 회의 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 취재 차량과 참가자 버스를 위한 별도 대기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행사장 주변은 ‘주차장화’될 수 있다.

보문단지 일대의 주차 공간은 평시에도 부족하다. 정상회의 기간에는 사실상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도심 외곽에 임시 주차장을 조성하고, 셔틀로 연계해야 한다”며 “택시·카셰어링을 활용한 ‘라스트 마일’ 수송 대책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통은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정상회의의 품격을 지켜내는 첫 관문이다. ‘마지막 1km’를 어떻게 설계하고 관리하느냐가 경주 APEC 성공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APEC 정상회의 만찬장으로 변경된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 전경. 

 △ 정상단 숙소,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핵심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주의 또 다른 고민은 숙박이다. 정상단과 대표단, 기자단, 의전 인력, 관광객까지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회의는 보문관광단지 내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리지만, 숙박은 도시 전역의 역량을 시험하게 된다.

정상과 대표단은 보문단지 내 특급호텔에 묶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철저한 보안과 프라이버시다. 호텔 한 채가 사실상 ‘폐쇄 공간’으로 전환돼야 하며, 동선·승강기·출입구 관리까지 3중 체크가 필요하다. 한 의전 전문가는 “정상 숙소는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외교 공간”이라며 “작은 소음·돌발 상황도 국가 간 외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일반 숙소, 서비스 균등화가 관건

특급호텔이 정상단 숙소로 묶이면, 나머지 방문객은 중소규모 숙소와 민박을 이용해야 한다. 이때 서비스 격차가 문제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위생·침구·외국어 안내 같은 기본 서비스가 균등화되지 않으면 도시 전체 이미지에 타격이 간다”고 지적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지역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위생 점검과 외국어 안내 매뉴얼을 마련하고, 품질 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포항·울산·대구 등 인근 도시의 숙박 자원을 활용하는 ‘분산 전략’도 검토된다. 그러나 이 경우 교통과 연계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숙박과 교통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관광학자는 “숙박 예약과 동시에 교통편까지 연계하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박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다. 정상단에게는 ‘안전한 외교 공간’, 참가자에게는 ‘쾌적한 체류 공간’이다. 특급호텔의 보안과 민박의 위생, 컨벤션센터의 운영력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경주 APEC의 품격이 지켜질 것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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