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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예약·현장 QR 체크인 병행해야

최병일 기자
등록일 2025-09-29 19:50 게재일 2025-09-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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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세계의 무대에 오르다
경주의 대표적 문화재 불국사의 가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천년 신라의 숨결이 깃든 경주의 문화유산이 APEC 무대에 오른다.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같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정상과 대표단, 외신 기자들이 반드시 찾을 명소다. 그러나 수만 명의 발길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유산은 단숨에 취약해진다. 경주가 풀어야 할 가장 섬세하고 민감한 과제가 바로 문화재 보존과 관람 동선 관리다.

 

불국사·석굴암 같은 핵심 유적지
예약제·시간대별 입장 제한 필요
AR 역사체험·야간 한정 투어 등
체험 콘텐츠로 관람객 밀집 분산
군중관리·비상대응·의료체계 등
예행 연습·시뮬레이션 반복만이
돌발상황에 대처, 안전운영 가능

 

● 글 싣는 순서

1. 교통· 숙박 문제 마지막 남은 퍼즐

2. 세계유산 보존·관람 동선 관리, 경주 품격 가르는 분수령

3. 친환경과 안전없이 성공도 없다.

4. 디지털, 스토리텔링으로 경주를 세계에 알리자

세계유산 보존·관람 동선 관리, 경주 품격 가르는 분수령

 

△ 불국사 석굴암 관람객 밀집 분산해야

문화재 보존 전문가들은 “예약제와 시간대별 입장 제한 없이는 유적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불국사와 석굴암, 대릉원 같은 핵심 유적지는 온라인 예약과 현장 QR 체크인을 병행해, 관람객 밀집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주시는 이미 일부 유적지 예약제를 검토 중이다. 이는 단순한 행사 대비책을 넘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정착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

문화재는 일순간의 실수에도 손상될 수 있다. 행사 기간에는 임시 바리케이드와 관람 우회로, 바닥 보호 매트가 필요하다. 동시에 진동·습도·소음 센서를 통한 모니터링 체계도 가동돼야 한다.

한 보존 전문가는 “행사로 인해 문화재가 손상됐다는 보도가 나오면 경주의 이미지에 치명적”이라며 “사전·사후 모니터링 자료를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분산 콘텐츠, 체류형 관광으로 유도

모든 발길이 불국사와 대릉원으로 몰리지 않도록 주변 체험 콘텐츠도 강화해야 한다. AR·VR 역사 체험, 로컬 푸드존, 야간 한정 투어 같은 프로그램은 관람객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관광학자는 “핵심 유적은 짧고 집중적인 체험, 주변 공간은 느리고 깊은 체류형 체험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긴급 복구 장비와 전문 인력을 상시 대기시켜야 한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행사 전 모의 훈련을 실시해, 폭우·과밀·시위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

APEC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세계가 경주의 문화유산을 직접 보고, 경험하고, 평가하는 자리다. 유산 보존과 관람 동선 관리가 실패하면 천년고도의 품격은 한순간에 흔들린다. 반대로 이를 철저히 지켜낸다면, 경주는 ‘지속 가능한 관광 도시’라는 새로운 위상을 얻을 것이다.

△ 군중 관리·비상 대응·의료 체계, 경주 APEC의 최전선

국제 정상회의에서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다. 2025년 APEC 정상회의 기간, 경주는 수만 명의 방문객과 언론, 의전 인력으로 들썩일 것이다. 군중 관리, 비상 대응, 의료 체계가 허술하다면 회의 성패는 순식간에 흔들린다.

보문관광단지와 도심 유적지 일대는 행사 기간 인파로 가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군중은 예측 불가다. 반복된 예행연습과 시뮬레이션만이 답”이라고 말한다.

특히 VIP 동선과 일반 방문객 동선이 겹치는 순간 혼란이 발생하기 쉽다. 주요 행사장 주변은 구역을 명확히 나누고, 경찰·안전요원을 2배 이상 배치해야 한다.

△비상 대응, 다계층 협업이 관건

돌발 상황은 다양하다. 테러 위협, 감염병 발생, 화재·지진 같은 자연재해까지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경찰·소방·군이 동시에 작동하는 다계층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행사 직전 일주일은 24시간 운영되는 ‘통합 상황실’을 가동해, 교통·의료·안전 핫라인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천 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에서는 응급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현장 내 응급 의료 포스트를 설치하고, 인근 종합병원과 긴급 이송 체계를 연계해야 한다.

보건 관계자는 “구급차가 행사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도보형 응급 대응팀을 별도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PEC은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무대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군중 관리와 비상 대응은 눈에 띄지 않아야 성공이다. 철저히 준비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지나가는 것 — 그것이 경주가 지향해야 할 APEC의 안전 시나리오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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