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신청사 설계를 두고 대구시와 대구 달서구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시 신청사가 들어설 예정지인 달서구청은 대구시가 공모로 결정한 신청사 설계안이 “대구의 자존심과 정신을 담아내지 못한 채 전형적인 공공건물에 그쳐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13일 대구시 동인청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신청사는 단순한 공공청사가 아니라 대구 정신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건축물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28 민주운동의 자유정신, 국채보상운동의 애국정신, 근대화 개척정신 등 대구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시민정신을 담아내야 하나 현재 대구시가 선정한 공모작은 이에 못 미친다”는 주장을 했다.
달서구청은 이보다 앞서 지난 9월 대구시가 공모작을 발표하자 “기대보다 무거운 실망감”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신청사 설계 추진 과정에 공론화가 없었음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공공청사는 설계업무 과정이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고 설계안 선정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달서구청이 제시하는 내용이 추상적이고 공공청사 건립의 특성과 행정 절차상 반영이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달서구청장이 신청사 설계안을 문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내년 대구시장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이 청장의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대구시민의 오랜 숙원인 신청사를 대구의 정신과 시민의 자부심으로 채우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신청사가 또 다른 관공서 건물로 세워진다면 대구시민이 가지는 실망감도 클 것이다. 공공건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한계는 있겠으나 이를 극복하고 대구시민이 만족하는 청사를 완성한다면 대구시 행정은 많은 박수를 받을 것이다.
대구시는 설계 공모에 앞서 대구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담는 랜드마크가 되도록 짓겠다고 여러 번 약속한 바도 있다. 두 기관은 대립관계가 아닌 대화와 협력의 관계다. 더 좋은 신청사 건축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시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