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10월 15일부터 ‘김상국의 Wellness와 삶의 질'을 격주로 연재한다. 이 칼럼은 건강지식과 필자의 경험, 여행 체험 등을 함께 담아낸 하이브드리 에세이 형태를 갖추고 있다. ‘웰니스’란 단순한 건강 정보가 아니라, 신체적·정서적·사회적·영적 균형을 아우르는 통합적 삶의 철학을 의미한다. 필자인 포항 청하면 출신의 김상국은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정년퇴임 때까지 세종대 교수로 일했다.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 편집자 주 좋은 습관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조용한 혁명과 같다. 혁명이라고 하면 흔히 깃발과 함성, 피와 땀의 투쟁을 떠올리지만, 진정한 혁명은 삶 속에 스며 있는 작은 반복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아침 일찍 눈을 뜨는 선택, 술 한 잔 대신 동네 산책을 택하는 선택, 짧은 명상으로 마음을 고요히 하는 선택 등이 있다. 바로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인생의 큰 흐름을 바꾼다. 결국 인생은 ‘나다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고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무거운 책임과 일상의 굴레가 커질수록 우리는 간절히 꿈꾸던 모습과 점점 멀어지곤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끝내 자신이 바라던 삶을 현실로 만들어간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또 역사의 무대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을 보며 깨달았다. 성공은 운이나 우연이 아니라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뇌는 익숙한 습관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벽을 넘어서는 순간, 습관은 우리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오프라 윈프리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매일 감사 일기를 쓰고 명상하며 자신을 지켜냈다. 그러한 습관들이 그녀를 미국을 대표하는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세웠다. 한국 축구의 자랑 손흥민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양발 훈련, 수천 번의 슛 연습, 철저한 식단 관리라는 습관을 지켜왔다. 지금의 손흥민은 타고난 재능보다 꾸준한 습관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내 곁의 제자들 역시 이를 증명한다. 매일 영어 일기를 쓰던 학생은 훗날 교수가 되었고, 또 다른 학생은 글로벌 기업에 당당히 입사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특별한 천재성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지속적 실천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성찰할 줄 아는 메타인지력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 그리고 노력하면 능력이 향상된다고 믿는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반대로 실패하는 이들은 대체로 고정된 마인드셋(fixed mindset)을 갖고 있었다. “타고난 능력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믿음은 변화의 문을 스스로 닫는 것이다. 새로운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다. 단순한 다짐을 넘어 몸과 마음을 거듭 단련하는 과정이다. 한 지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늘 불평과 불만이 많았고, 타인의 단점을 먼저 지적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12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으며 완전히 달라졌다. “걸으면서 나쁜 습관을 버리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했다“라는 그의 고백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후 그의 얼굴에는 늘 잔잔한 미소가 머문다. 습관 하나가 사람을 바꾸고,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우리는 매일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오늘은 그냥 한잔할까?”와 “밖에 나가 걸을까?”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그 작은 선택 하나가 내일의 나를 만들고, 결국은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삶의 질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의 습관에서 갈린다. 워런 버핏은 세계적인 부호이지만 검소한 습관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는 여전히 중고차를 타고, 햄버거와 체리 콜라를 즐기며, 자신에게는 엄격하지만 이웃에게는 관대하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매일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습관까지 지켜왔다. 지금의 워런 버핏을 만든 것은 돈이 아니라 습관이었다. 최근 나는 남미 여행을 준비하며 습관의 힘을 다시금 떠올렸다. 잉카 문명의 길을 따라 홀로 떠나는 여정은 내게 하나의 문답식 여행이다. 길 위에서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은 결국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힘으로 이어진다. 여행은 일상의 껍질을 깨뜨리고, 낯선 나와 마주하게 한다. 그 만남 속에서 새로운 습관의 씨앗이 싹트고, 돌아와 일상 속에 심어진다.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을 재정비하는 습관의 연습장이 된다. 좋은 습관은 특별한 재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분명한 목표, 전략적인 계획, 그리고 “될까?”가 아닌 “반드시 된다“라는 결심이 있으면 충분하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포기하지 않는 한, 습관은 반드시 우리를 바꾼다. 나를 위해, 나를 변화시키자. 그 시작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오늘 하루, 내가 내리는 작은 선택과 발걸음 속에 내일을 바꿀 혁명이 숨어 있다. 습관은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우리 인생을 새롭게 일으켜 세운다. /김상국(세종대 명예교수)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