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업체선정·검수·하자 처리 전 과정 감사 요청
문경시의회가 최근 지역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문경 관광용 테마열차 무단 방치 사태’와 관련해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를 추진하고 있어 지역사회에 파장이 예상된다.
문경시의회는 오는 제288회 임시회에서 관련 안건을 상정해 사업 전반에 대한 외부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청구는 관광열차 사업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업체 선정, 시공·검수, 하자 처리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면밀히 살펴, 법적·행정적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한 조치다.
이정걸 의장은 “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행정의 신뢰 회복과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강조했다.
문경시는 지난해 관광 인프라 확충의 핵심 사업으로 약 37억 원의 시비를 투입해 48인승 규모의 소형 관광용 테마열차를 도입했다.
기관차 4량, 배터리차 4량, 객차 24량으로 구성된 이 열차는 배터리 충전 방식이다. 가은역에서 구랑리까지 이어지는 폐선로 약 12~13km 구간을 활용해 관광객에게 새로운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구상이었다.
그해 12월, 사업자는 열차를 문경시에 인도했고, 시는 기술적 결함이 없다는 ‘하자 없음’ 판정을 내려 검수를 완료한 뒤 대금 전액을 지급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9일, 가은역에서 성대한 열차 도입 기념행사를 열며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이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기념행사 직후부터 브레이크와 동력 시스템의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면서, 열차는 단 한 번의 정식 운행도 하지 못한 채 멈춰 섰다. 시는 “업체 측에서 수리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의 의구심은 커졌다.
그 의혹은 10개월 뒤 현실로 드러났다. 열차 객차 일부가 상주시 무양동 인근 공터(한전 상주지사 부근)에 비닐천막만 덮인 채 방치돼 있는 모습이 지역 주민들에 의해 포착된 것이다. 해당 사진과 영상이 SNS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세금으로 산 열차를 풀밭에 방치했다”는 비판 여론이 폭발했다.
문경시의회가 감사 청구에 나선 이유는 단순히 ‘보관 장소의 부적절함’ 때문만은 아니다. 시의회는 △초기 기획 과정의 타당성 △업체 선정의 공정성 △검수 절차와 대금 지급의 적정성 △결함 발생 이후의 하자 처리 대응 등 사업 추진 전 과정에 문제점이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납품 당시 하자가 없다고 판정한 근거와 검수 과정에서의 절차 준수 여부, 기술 기준 충족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다. 이미 대금이 전액 지급된 상태에서 결함이 발생한 만큼, 손해배상이나 보증이 실효성 있게 작동했는지 여부도 감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열차가 방치돼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본 인근 주민 김모(62) 씨는 “몇 달째 비닐천막만 덮여 있어 뭔가 했더니 관광열차더라”며 “차라리 마을 어린이 놀이터에 두는 게 낫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점촌시장에서 만난 상인 이모(55) 씨는 “이 사업 덕에 관광객이 늘 거라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는 열차가 한 번도 안 다녔다”며 “세금이 들어간 사업이라면 그만큼 철저히 관리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가은역 인근에서 문화행사를 준비해오던 박모(40) 씨는 “열차가 정상 운행되면 주말마다 공연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방치 사진을 보고 허탈했다”며 “행정이 시민 신뢰를 잃으면 이런 관광사업은 뿌리부터 흔들린다”고 우려를 전했다.
시의회는 제288회 임시회에서 감사 청구안을 의결한 뒤, 곧바로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지방의회는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에 따라 단독으로 감사 청구가 가능하며, 감사원이 이를 수용할 경우 현장조사·관계자 조사·자료 제출 요구 등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제작사와 협의 중이며, 연내 하자 보수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 시운전, 2월 정식 운행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보관 장소 문제는 관리 부주의 측면이 있었던 만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시민사회는 이미 신뢰를 잃은 분위기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감사 결과와 별개로 시의회 차원의 행정사무조사특위 구성도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시설물 방치가 아니라 행정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경고등”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하자 보수 문제가 아니다. 공공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책임성, 사후 관리 시스템의 부실함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사례로, 문경시 행정 전반의 신뢰 구조에 균열을 가져왔다.
문경시의회는 “감사 청구는 시작일 뿐”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른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책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상인은 “이제라도 제대로 따져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사업은 애초 취지대로 시민을 위해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