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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까지 타버린 숲”…영덕 지품면, 산불에 송이도 침묵

박윤식 기자
등록일 2025-10-09 12:23 게재일 2025-10-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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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를 입지 않은 영덕군 다른 산지는 활기를 되찾아…
지난봄, 영덕군 지품면 산자락을 휩쓴 대형 산불은 가을이 깊어져 가는 지금도 검게 그을린 채 침묵하고 있다. /영덕군 제공

지난봄, 영덕군 지품면 산자락을 휩쓴 대형 산불은 가을이 깊어 가는 지금도 검게 그을린 채 침묵하고 있다. 

한때 송이 향으로 가득했던 숲은 잿더미로 변했고, 주민들의 바구니는 텅 비었다. 30년간 송이를 캐온 김 모(68) 씨는 재가 된 숲을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땅이 죽어버렸어요. 송이가 나올 데가 없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수십 년 쌓인 삶의 흔적과 상실감이 묻어 있었다.

지난 3월 발생한 산불은 지품면 일대 산림을 덮치며, 버섯이 자랄 수 있는 핵심 조건인 균근(菌根)까지 태워 송이 생산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주민들에게 송이는 단순한 임산물이 아니었다. 한 해 농사 전체를 책임지는 소득원이었다. 지품면 삼화리 산림계 관계자는 “이젠 우리 마을에서 송이 구경하는 것도 어렵다”며 눈길을 떼지 못했다. 지품·남정·병곡면 일대 송이 임산물 공식 피해액은 약 70억 원에 달하지만,주민들은 체감 피해가 그 몇 배라고 입을 모은다.

마을은 여전히 고요하지만, 산불 피해를 입지 않은 영덕군 다른 산지는 활기를 되찾았다. 새벽부터 산을 오르는 임업인들은 송이버섯 생육 상태를 살피고, 장터에는 소비자들이 몰려 활기가 넘친다. 추석 연휴 당시 1kg당 100만 원을 넘보던 송이버섯 가격은 최근 40만 원대로 안정세를 보인다. 대구에서 장을 보러 온 이정순(68) 씨는 “가격이 안정돼 다행”이라면서도 “여전히 부담은 있다”며 조심스레 장바구니를 채웠다.

영덕 자연산 송이. /영덕군 제공

한편, 경북 지역 전체 송이버섯 생산량을 보면 지역별 격차가 크다.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10월 8일 기준 문경이 3,500.6톤으로 가장 많고, 영덕군은 2,201.2톤으로 뒤를 이었다. 상주는 1,684.56톤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생산 금액도 문경이 6억 3,058만 원으로 가장 많고, 영덕은 4억 148만 원, 상주는 2억 9,309만 원으로 나타났다. 산불 피해가 없었던 지역에서는 이렇게 비교적 안정적인 생산과 소득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품면과 인근 피해 지역은 여전히 회복의 길목에 서 있다.

지품면의 숲은 아직도 침묵 속에 있다. 잿더미 속에서 다시 송이가 자라려면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삶과 숲의 회복, 그리고 한때 마을을 채웠던 송이 향이 돌아오기까지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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