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분쟁 종식” 자평·측근도 압박전···노벨위원회 “직접 압력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일 발표되는 노벨평화상 수상을 앞두고 전방위 로비에 나섰다. 스스로 “6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고 자평하며, 행정부 핵심 인사들까지 나서 수상 압박에 나서자 노르웨이 정부는 외교적 파장을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누구나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1기 집권 당시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 간 외교 정상화를 끌어낸 ‘아브라함 협정’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재집권 이후 인도·파키스탄 무력충돌, 콩고민주공화국 반군전, 태국·캄보디아 국경분쟁 등 최소 6건의 분쟁을 종식시켰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해당 분쟁 상당수가 이미 소규모화됐거나 사실상 종료된 사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 공로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 특사·각료까지 총동원···선정위 “독립성 시험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가자지구 전투 중재를 맡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 8월 각의에서 “노벨위원회가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을 줄 때”라고 언급했고,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비공개 협의와 유럽당국자 회의에서 수상 필요성을 거듭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30일 미군 관계자 모임에서도 “내가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별 공적 없는 인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위원회를 비판했다. 이 발언 하루 전에는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종식을 위한 20개항 평화안을 내놨고, 이스라엘은 이를 수락했지만 하마스는 답변을 보류 중이다.
심지어 지난 7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르웨이 재무장관(前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오슬로 시내에서 “관세”를 언급하다 노벨상 문제를 거론한 일도 있었다. 이 내용은 현지 경제지 ‘다겐스 네링슬리브’ 보도로 처음 알려졌으며, 노르웨이 정부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 “공개·비공개 캠페인 존재”···위원회 독립성 강조
노르웨이 노벨연구소의 크리스티안 하르프비켄 소장은 “직접적인 정치적 압력은 없었지만, 공개·비공개 채널을 통한 여러 캠페인이 존재한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외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정 인물은 언급하지 않았다.
노벨평화상은 노르웨이 의회가 선정한 5명의 위원이 결정하며, 심사 내용은 50년간 비공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후보로 올랐는지는 수상 시점이 아니라면 반세기 후에야 확인할 수 있다.
△ 수상 여부 따른 외교 리스크···노르웨이 “위원회 독립 존중”
노르웨이 정부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상을 받지 못하면 병가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농담 섞인 우려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낙마할 경우, 미 공화당 의원들이 노르웨이 국부펀드 관계자에 대한 비자 제한이나 관세 인상을 주장하는 등 보복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최근 가자 침공에 연루된 이스라엘 기업 및 미 캐터필러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한 바 있다.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선정 여부는 위원회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위원회가 독립적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