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일정 지배적···한·미, 미·중 정상회담 집중, 북·미 회담은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 경주를 전격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APEC 정상회의를 앞둔 한반도 외교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개막일인 31일보다 이틀 앞서 한국에 입국해 경주를 찾을 예정이며, 한·미 및 미·중 정상회담을 소화한 뒤 본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출국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당일치기’ 일정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APEC 정상회의 자체보다는 양자 정상회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은 이번 순방의 핵심으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이달 말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이 열릴 것”이라며 이를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도 경주에서 약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체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한미 간 조율 중”이라며 “29일 입국 후 언제 떠날지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선 알려온 바 없다. 정상회담 형식과 시간은 유동적”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참석에 앞서 26일~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일본으로 이동해 28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일정이 27일~29일로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29일 경주로 입국해 하루 동안 일정을 소화한 뒤 곧바로 출국할 것으로 예상되며, APEC 본행사에는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29일 하루만 한국에서 머무른 뒤 당일에 바로 귀국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주 방문은 상징적 의미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 여부도 관심을 모았지만,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북미 정상이 대좌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APEC 본행사 전에 짧게만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라면 회담 성공 확률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아직까지 APEC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으며, 김 위원장의 방한 가능성도 공식 확인된 바 없다. 이에 따라 북미 간 외교적 돌파구 마련은 이번 경주 회의에서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