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예천소방서 오혜정 소방교 백혈병 환자와 유전자 일치 망설임 없이 생명사랑 실천 하트 세이브 표창 수상 등 지역의 파수꾼 역할 ‘톡톡’
차가운 가을바람도 녹일 듯 뜨거운 감동과 숭고한 ‘생명사랑’의 정신이 예천에서 활짝 피어났다.
예천소방서 소속 오혜정 소방교(33)가 얼굴도 알지 못하는 백혈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며 기적 같은 새 생명을 선물했다.
오 소방교의 아름다운 ‘기증 인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생명나눔 실천본부’를 통해 단순 헌혈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귀한 나눔인 조혈모세포 기증서약을 했다.
그리고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녀의 세포와 일치하는 누군가를 기다렸다. 마침내 생명나눔 실천본부로부터 “익명의 백혈병 환자와 오 소방교의 조직적합성항원(HLA)이 기적 처럼 일치한다”는 간절하게 기다린 소식을 최근에 받았다. 오 소방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은 가족이 아닌 타인의 경우 수만분의1에서 최대 수십만분의1 밖에 되지 않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희박하다.
오 소방교는 생명사랑 실천을 위해 늘 자신도 건강하게 유지하려고 애썼다. 일주일에 두번 쉬는 날 중 첫번째 날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두번째 날에는 헬스장에서 한 두 시간 가량을 꾸준히 운동하면서 체력을 유지했다.
오 소방교는 집안에서 2명의 남매 중 두 살 터울의 오빠를 두고 있다. 그가 조혈모세포 기증을 결심했을때 가족들의 걱정도 컸다고 한다.
오 소방교는 “가족들이 제 뜻을 존중하고 응원했지만 기증 준비과정 내내, 그리고 기증을 끝낸 뒤에도 저의 건강을 많이 염려했다. 아무래도 조혈모세포 기증이 흔한 일도 아니고 예전에는 골수에서 직접 뽑아내던 방식이 많다보니 더 불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하는 말초 조혈모세포 기증은 생각보다 간단한 과정이라고 설명했고, 팔에서 혈액을 뽑아 세포만 분리하고 나머지는 다시 몸으로 돌려주는 방식이어서 그냥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헌혈 같은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오 소방교는 자신의 숭고한 선행에 대해 그저 겸손한 미소만 지었다. 그는 “유전자가 일치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경우인데, 저의 작은 도움으로 한 분의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백혈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골수 기증에 기꺼이 동참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며 우리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남겼다.
2020년 2월 구급분야 경력채용으로 입직해 지금까지 계속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는 오 소방교의 ‘생명사랑’ 실천은 이번 조혈모세포 기증 뿐만이 아니다. 그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이후에도 줄곧 생명 살리기에 앞장서면서 ‘지역의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 소방교는 특히 심폐소생술로 꺼져가는 생명을 다시 일으켜 세워 ‘하트 세이브(Heart Save)’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