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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12년 기다림 끝에 ‘새 생명의 희망’ 전한 예천소방서 오혜정 소방교

정안진 기자
등록일 2025-10-01 10:36 게재일 2025-10-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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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 기증으로 ‘생명사랑’ 실천한 예천소방서 소속 오혜정 소방교. /예천소방서 제공

차가운 가을바람도 녹일 듯 뜨거운 감동과 숭고한 ‘생명사랑’의 정신이 예천에서 활짝 피어났다.

예천소방서 소속 오혜정 소방교(33)가 얼굴 조차 알지 못하는 백혈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며 기적 같은 새 희망을 선물했다.

오 소방교의 아름다운 ‘기증 인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생명나눔 실천본부’를 통해 단순 헌혈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귀한 나눔인 조혈모세포 기증을 망설임 없이 서약했다.

그리고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녀의 세포와 일치하는 누군가를 기다렸다. 마침내 생명나눔 실천본부로부터 “익명의 백혈병 환자와 오 소방교의 조직적합성항원(HLA)이 기적 처럼 일치한다”는 간절하게 기다린 소식을 받았다.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은 가족이 아닌 타인의 경우 수만분의1에서 최대 수십만분의1 밖에 되지 않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희박하다.

오 소방교는 즉각 대구의 한 병원을 찾아 조혈모세포를 기증했고, 그의 용기있는 발걸음은 절망 속을 헤매던 한 생명에게 다시 피어날 희망을 선사했다.

그의 ‘생명사랑’ 실천은 이번 조혈모세포 기증 뿐만이 아니다. 오 소방교는 2020년 2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이후 줄곧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생명 살리기에 앞장서 왔다.

벌써 13차례나 꾸준히 헌혈을 이어왔고, 숱한 위급한 구급 현장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발휘해 생명을 구했다. 오 소방교는 특히 심폐소생술로 꺼져가는 생명을 다시 일으켜 세워 ‘하트 세이브(Heart Save)’ 표창도 받았다.

소방·구급 동료 대원들 사이에서도 그는 뛰어난 실력과 강한 책임감으로 ‘현장 베테랑’이라는 신뢰를 얻으며,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오 소방교는 자신의 숭고한 선행에 대해 겸손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유전자가 일치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경우인데, 저의 작은 도움으로 한 분의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사람들이 백혈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골수 기증에 기꺼이 동참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는 메시지도 남겼다.

오혜정 소방교의 빛나는 선행은 우리 사회에 따뜻한 감동을 넘어 나눔의 가치와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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