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충남·충북 공동 주최 국제학술대회, 청주 오송서 개최
조선왕조의 독창적인 생명 존중 문화유산인 ‘가봉 태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경북도는 경북문화재단 문화유산원을 통해 충청남·북도와 공동으로 25일 청주 오송 C&V센터에서 ‘조선왕조 가봉태실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과제와 추진전략’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조선 왕실의 장태(藏胎) 문화인 태실의 역사적·문화적 가치와 보존 필요성을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조명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전략적 접근방법을 모색했다.
태실은 왕실에서 왕자나 공주가 태어났을 때 태반과 탯줄을 정성스럽게 봉안한 장소로 생명의 신성함을 기리고 후손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에서 비롯됐다. 왕위에 오른 후에는 기존 태실에 석물과 팔각 난간을 갖춘 ‘가봉 태실’로 격상시키는 제도가 수백 년간 이어져 왔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창적인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경북도에는 세종대왕자태실(성주군), 인종대왕태실(영천시), 문종대왕태실(예천군) 등 주요 태실이 지정·관리되고 있다. 이들 유산은 조선왕조의 생명관과 왕실의 권위, 예법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최재헌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일본의 포의 매납 습속과 용기 분석을 다룬 타쿠미 츠타야 총합연구대학원대학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어 실무회의에서는 ‘조선 왕실 가봉태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국내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김병완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연구원은 태실 석물의 진정성 확보를 위한 고증복원 방안을 제시하며 “태실의 석물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왕실의 권위와 생명관을 상징하는 상징적 구조물”이라고 강조했다.
한승우 건국대학교 세계유산연구소 연구원은 연속유산의 비교 검토를 통해 태실 유산의 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도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동주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특임교수는 태실의 보존 관리 현황과 과제를 발표하며 “현재 일부 태실은 훼손되거나 원형이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 있어 체계적인 복원과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북도는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태실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후속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김병곤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우리 고유의 장태 문화인 태실의 보존 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수렴해 조선 왕실 가봉 태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