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그릇

등록일 2025-09-25 16:00 게재일 2025-09-26 18면
스크랩버튼
김어진

나는 내 시에 갇힐 때면 문을 열었네

그러면 해가 찾아와 놀다 가곤 했는데

자식의 화를 다 들어주는 어머니처럼

둘이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놀았네

 

나는 내 꿈에 갇힐 때면 문을 열었네

그러면 달이 찾아와 놀다 가곤 했는데

어머니의 한을 다 들어주는 자식처럼

둘이서 식사하고 계절을 마시며 놀았네

 

일 년 동안 햇빛과 달빛이지만

꽃잎에 상처 있어도 꽃의 향기는 짙어

저 풍경을 관조하려는 마음을 표현하는

시는 해와 달의 뜻을 담는 그릇이었네

 

….

꿈꾸는 시인도 시나 꿈에 갇힐 때가 있다. 시인은 그럴 때면 시와 꿈의 문을 연다고 한다. 문을 열어 자연 자체가 주는 선물을 받아들인다고. 낮에는 햇빛을, 밤에는 달빛을. 그리고 어머니와 대화하듯이 이 빛들과 논다고 한다. 무릇 시 쓰기나 꿈꾸기에 집착하게 되면 도리어 자유를 잃어버리는 법, 저 빛들을 자연스레 시에 받아들이면 시의 향기는 꽃처럼 짙어질 것이며 시는 “해와 달의 뜻”도 담을 수 있겠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