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림
나는 익숙한 풍경에다 모니터를 걸었습니다. 모니터는 작고 오래되었지만 자신의 기능을 아는 듯합니다. 게다가 나이도 들었으니 최고로 성공한 모니터입니다. 그러나 최신도 아닌 기기는 우리 집에 필요 없는데! 나는 지나다가 붙잡혀 온 고물에게 그 자신의 역사를 가르쳐줄 시간과 공간이 없을뿐더러 일을 하러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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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대로 ‘낯설게 하기’를 실현한 시가 아닐까. 하지만 이 ‘낯설게 하기’를 다시 비꼬는 시다. ‘낯설게 하기’란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론에서 문학성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뽑은 개념으로, ‘익숙한 풍경’에 걸어놓은 저 ‘모니터’가 ‘낯설게 하기’ 장치 아니겠는가. 하나 시인은 “최신도 아닌” 그 기기가 더 이상 자기에겐 필요 없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일을 하러 가야” 해서 그 장치를 응용할 시공간적 여유가 없다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