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아픈 균형을 본다. 그것은 앞으로 구부러졌다가 부러지지 않고 슬쩍 뒤를 밀어내면서 위로 위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아찔함은 그 앞이 퍽 가파른 기울기를 가졌다는 데에 있지 않다. 제일 높은 계단이 스무 걸음이나 위에 있어서도 아니다. 늙은 몸이 무게를 딛고 그에 거기에 닿을 것이라는 사실에 있다.
나는 제일 높은 계간 위까지 몸 밀어 올리는 시간을 세어보았다. 그 위에는 더없이 파란 창공이 펼쳐져 있었다. 여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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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가는 노인이 ‘아픈 균형’을 잡고 있다. 마치 부러질 듯 구부러지면서도 “슬쩍 뒤를 밀어내면서” 위쪽으로 기울며 ‘몸 밀어’ 올라가는 노인의 자세. 시인은 그 모습에서 노인이 자신의 무게를 딛고 “가장 높은 계단”에 기어코 닿으리라는 사실에 아찔함을 느낀다. 시인 역시 ‘몸 밀어’ 올라가고 있는 계단의 끝은 어디를 의미할까? 삶의 무게를 덜어낸 죽음? “그 위에는 더없이 파란 창공이 펼쳐져 있”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