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사는 지난주 철강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임단협안에 대한 잠정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노사의 잠정합의는 조합원 투표라는 절차는 남겨두었지만 국내 제조업계의 관행처럼 반복되던 교섭 결렬선언-조정신청-쟁의행위 찬반투표-쟁의행위 등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깸으로서 관련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예년보다 많은 단협안이 올라왔음에도 신속히 합의에 이르러 노사가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무쟁의 합의를 이루는 국내 교섭문화에 새로운 변곡점을 시사했다.
포스코 노사는 1968년 창사 이래 한 번도 분규가 일어나지 않은 무분규 사업장이다. 작년도 6개월에 걸친 오랜 시간 협상이 있었음에도 무분규 사업장의 전통을 이어갔다.
철강업은 국가산업의 중심이 되는 기간산업이다. 철강재가 안정적으로 공급이 되지 않으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전후방 산업 전반이 어려워 진다. 그래서 포스코 노사는 기간산업으로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그동안 아끼지 않았다.
이번 노사 임단협안 잠정합의는 K-철강업 위기에 대한 노사간 공동위기 의식의 공유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의 관세폭탄과 저가의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시장 침투로 국내 철강업계는 전례를 찾아보기 드물 정도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 등이 나서 철강업 위기극복에 힘을 모으고 있다. 철강특별법을 만들고 포항을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복합적인 위기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포스코의 어려움은 곧 지역 경제에도 타격을 입혔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가 한국 철강업에 대한 관세를 낮춰 달라는 현수막 시위를 벌이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노사가 위기에 공동으로 맞설 수 있다면 기업은 어떠한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 지금 K-철강의 위기는 경쟁력을 갖추는 골든타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긴급한 골든타임 확보에 노사가 뜻을 같이했다면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오랜 시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번 포스코 노사 잠정합의안은 그런 점에서 매우 값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