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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과의 만남’에 참여하다

등록일 2025-09-04 16:32 게재일 2025-09-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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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범어천’ 주제 강연
자신이 자란 범어천과 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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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정호승 시인과의 만남’ 행사 모습. 

최근 정호승문학관에서 열린 ‘제27회 정호승 시인과의 만남’에 참여했다. ‘시가 흐르는 범어천’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는 50여 명의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다목적홀을 가득 메웠다. 모두 문학에 대한 강한 열의가 느껴졌다. 정호승 시인은 힘 있는 목소리로 자신이 자란 범어천과 시를 소개했다. 범어천을 따라 시인의 시화가 전시되어 있음도 알려주었다. 아직 가보지 않아 꼭 가서 시와 함께 걸어보아야겠다 생각했다. 

시인은 시 ‘산산조각’의 마지막 4행을 독자들이 좋아한다 했다. ‘산산조각이 나면 /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 산산조각이 나면 /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이 부분을 설명하며 시인은 말했다. 시의 역할 중 하나가 위안과 위로를 주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사람들이 무척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시 ‘산산조각’의 창작 배경은 이렇다. 시인은 부처님과 예수님을 자신의 스승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성지 순례의 기회가 있어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를 가게 되었다. 떨리는 가슴으로 찾아갔더니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작은 곳으로 인류의 위대한 스승인 부처님의 탄생지인데 크게 볼 게 없어 안타까웠다고 한다. 마야부인이 부처님을 목욕시킨 연못이 있고 큰 돌기둥에 이곳에서 석가모니가 태어났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한다. 그곳에서 산 흙으로 만든 부처상을 집으로 모셔온 뒤 흙으로 만든 것이라 산산조각이 날까 조바심을 치다가 이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시인은 사실 산산조각이 날까 두려운 것은 부처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라 한다. 누구든지 인생에서 한번은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 너무 놀라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산산조각을 깨어진 것이 아니라 더 많아진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짐을 깨달아보라고 했다.

노래가 된 시를 감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시 ‘수선화에게’를 양희은 가수의 노래로 들었다. 시 ‘이별노래’는 가수 이동원의 목소리로 감상했다. 이동원의 노래 음반은 발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시와 노래의 만남이 주는 감동이 촉촉하게 가슴으로 스몄다. 다 함께 따라부르는 노랫소리 속에 시가 주는 큰 위로를 느껴졌다. 시인은 인간의 원천적인 외로움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이 담긴 말을 들려주었다. 그 외로움은 인간은 본질적인 가치이기에 누구나가 견디면서 살아야 한다고 한다.

강연 다음에는 울주군 ‘심류정시낭송회’의 시낭송 공연이 이어졌다. 활자로 된 문장을 목소리에 담아내는 시낭송은 참으로 아름다운 예술이다. 시가 사람에게 들어가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올 때의 감동이 강연장에 퍼졌다.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목소리와 또렷한 발성으로 시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정호승 시인도 시는 음악과 만나기도 하고 그림과 만나기도 하고 조각과도 만나 의미가 더해진다고 했다.

가을이면 시는 우리에게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와 만나 위로와 위안을 받자. 시가 있어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가을이 될 것이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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