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알을 깨고 나온 누에의 몸털처럼
갓 우화한 어린 날개의 깃털처럼
대숲을 빠져나온 바람처럼 자유롭게
한바탕 울음을 쏟은 구름처럼 홀가분하게
별들의 소리가 선명해지는
자정의 몽유처럼
꿈꾸며 노닐자
육신의 틀을 벗은 혼령처럼
입자의 틀을 벗은 파동처럼
시공의 틀을 벗은 양자처럼
달을 품은 백학의 날개처럼
춤추며 노닐자.
…
‘소요유’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노니는 경지를 뜻하는 장자의 말. 위의 시는 이 ‘소요유’ 사상을 시적 이미지로 제시한다. 갓 태어난 이들처럼 자유로운 존재로 돌아가자는, 바람을 타고 날개를 흔들며 날아가는 백학처럼 “춤추며 노닐자”는 시인의 제안은 눈물 날 정도로 마음에 박힌다. 우리는 여전히 무엇인가에 갇혀 살아가고 있기에. 하나 시의 도움으로 ‘소요유’의 마음만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