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희
개가 죽어/ 개 없는 개집 앞에
개가 죽어/ 개 없는 주인이 서 있다
잎사귀 하나 없는 백목련 가지 위에
주먹만 한/ 백골들이/ 허공을 찢어 발기며 불거져 나오는 4월
어떤 구녕이 아이는 발라 먹고 백골만 뱉는 것일까
번번이 새끼를 죽여서 낳던 개는/ 이 나무 아래서/ 맞아
죽었다
어서 맞고/ 자고 싶던
개
…
제목이 ‘봄밤’이지만 참혹한 이미지가 펼쳐지는 시. 자연은 삶과 죽음이 중첩되면서 유지된다. 자연 속의 죽음을 조명하는 것 역시 진실의 일면, 시인은 아름다움 뒤에 죽음이 있음을 끔찍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피어난 하얀 목련꽃을 살이 다 발라지고 남은 아기의 백골로 나타내고 있으니. 맞으면서 어서 죽기만 바라며 죽은 개의 모습은 어떤가. 죽음의 자연에 더한 인간의 잔혹한 폭력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