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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장용근 사진기록연구소장⋯“사라지는 도시의 기억을 사진에 담다”

김락현 기자
등록일 2025-08-28 14:41 게재일 2025-08-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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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근 사진기록연구소장이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진 풍경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사진기록연구소 장용근 소장의 말이다.

2014년 설립된 사진기록연구소는 급격히 변하는 도시의 풍경과 역사적 현장을 기록하는 지역 사진가들의 모임이다. 사진기록연구소의 대표적 활동은 매년 이어지는 전시와 사진집 발간이다.

장 소장은 “2014년부터 매년 전시해오고 있다. 올해로 11번째 전시를 치렀고, 책은 일곱 번째 작업이다”고 소개했다.

사진기록연구소의 출발은 대구 지하철 3호선 공사 현장 기록이었다. 그는 “당시 도시 풍경이 크게 변하던 시기였다. 공사 진행 과정을 찍어 전시하면서 ‘사진기록연구소’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6명의 작가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9명의 지역사진가가 사진기록연구소의 이름으로 모여 있다. 장 소장은 “매년 프로젝트가 정해지면 회원들이 자비를 들여 참여한다.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이면 참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올해 전시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획전 ‘잊혀진 이름 남겨진 자리-조선인 강제 동원의 기록’을 마련했다. 그는 “2~3년 전부터 의미 있는 작업을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이번 기획전이다. 작년 1년 동안 작업을 하고, 올해는 방대한 사진과 자료를 정리해 전시와 책으로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했다. “주로 재일조선인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기록했다. 오사카와 시모노세키, 우토로 같은 집단 거주지를 찾아가 인터뷰하고 촬영했다. 강제 동원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남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역사와 직접적으로 맞닿은 주제를 다뤄 부담이 컸다. 과거사 문제를 두고 시각이 다른 분들도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금세 잊혀지게 된다”면서 “결국 사진기록연구소의 존재 이유는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기록연구소 활동과 별개로 그는 개인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대구미술관에서는 개인전이 한창이다. 그는 “그동안 해왔던 대표작들과 이주 관련 신작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저는 도시 풍경을 ‘채집’하는 방식으로 기록한다. 수백 개의 간판이나 현수막을 찍어 한 장의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주민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또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인 모두 제 작업 주제에 포함된다. 이주라는 주제를 4~5년 전부터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기록연구소의 운영은 순수 자비로 이뤄진다. 회원 회비도 없다. 프로젝트가 생기면 촬영하고, 책을 만드는 비용을 각자 나눠 부담한다.

11년간 사진기록연구소가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그는 “경제적 이득은 전혀 없다. 오직 작가로서의 욕심, 의무감, 사명감 덕분”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사진기록연구소는 경북 산불 현장 기록에도 뛰어들었다. 산불 현장에 있었던 사진기자, 소방관, 일반인 사진을 모아 오는 11월 달성군 하빈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글·사진/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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