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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귀호강 Insound

등록일 2025-08-28 18:34 게재일 2025-08-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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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래소의 공연 모습. 

2주 전쯤 SNS에서 공연정보 하나를 발견했다. 실감형 입체 사운드 기술인 이머시브(Immersive)를 활용해 관객을 소리의 한가운데로 초대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라는 설명이다. 총 50개의 스피커가 무대를 감싸며 관객은 그 안에서 공연을 감상하는 구조다. 경북지역에선 최초로 시도되는 공연 형태라니 궁금해졌다.

의레 주말에 공연을 하겠거니 했는데 뜻밖에도 일요일과 월요일 저녁이다. 일요일은 다른 일정으로 가지 못하고 월요일을 택했다. 공연은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오후 7시 30분에 이뤄졌으며 ‘2025 한수원과 함께하는 지역예술 상생프로젝트 쌍쌍경주’의 일환이다. 월요일 공연은 협동조합 문화채움이 준비하고 가수 라디(Ra.D)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하였다. 퇴근 후 갈 수 있는 시간이라 부러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갈 수 있겠다 싶어 알람을 설정해뒀다. 넓은 황성공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주차도 수월하고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공연장을 둘러싸고 50개의 스피커로 재차 두른 새 둥지 같은 구조 속에 관람석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연히 만난 지인과 함께 중간쯤 자리를 잡았다.

이번 공연의 총기획과 연출을 맡은 이장은씨의 사회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KBS 국악한마당 국악꿈나무 및 안동국제탈춤 페스티벌 금상을 수상한 리틀예인무용단이 첫 무대를 보여줬다. 무용수들의 섬세한 몸짓과 주변을 둘러싼 다수의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정교한 음들이 조화를 이루며 무대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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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유지원의 기타 연주를 감상하고 있다. 

이어서 유지원의 기타 연주가 이어졌다. 분명 눈앞에선 한 명이 연주를 하고 있지만 밴드가 함께 하고 있나 하는 착각에 빠졌다. 두 곡의 연주가 마치자 이번엔 랩퍼들이 등장했다. 비록 가사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몸이 절로 움직여졌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자들이 함께하는 건 이번 공연의 장점이다.

이우진과 Arawww의 무대가 끝나자 파래소의 공연이 이어졌다. 50개의 스피커로 전달하는 섬세한 작업이어서인지 중간 부분 예상치 못한 대기 시간이 있었지만 사회자의 능숙한 대처로 그마저도 재밌게 마무리되었다. 덤으로 짧지만 다음 공연자인 파래소의 국악 일타 강의까지 곁들여졌다. 센스있는 대처로 한차례 웃음이 터치고 다시 본격적인 공연으로 넘어갔다.

금세 네 명의 도깨비에게 홀린듯이 빠져들었다. 주변의 둘러싼 소나무 그리고 화면에 등장하는 붉은 달, 네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신비한 음들. 서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냈다.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두 곡이 연주되었다. 국악이 이렇게나 젊고 멋질 수 있구나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어진 마루밴드의 공연으로 18일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한 무대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잘 비벼진 비빔밥을 한 그릇 먹은 기분이다. 십여 년 전부터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이야기 되어왔다.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예술과 딱딱한 기계적인 느낌의 기술의 조합이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둘이 조합은 예술의 세계를 확장시켜줬다.

한여름 밤의 선물 같은 시간으로 공연 내내 음악에 푹 빠지다보니 월요일이라는 것조차 망각했다. 내키지 않는 월요일 밤은 그곳에 남겨두고 덩실대는 마음만 챙겨 서둘러 돌아왔다. 다음에도 오늘처럼 귀가 호사스런 기회가 닿길 기대해본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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