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쓰레기 무단 투기에 몸살 앓는 포항 구룡포 위판장 위판장 앞 낚시 포인트 입소문에 주말 150명 이상 강태공들 몰려 무분별하게 버리는 쓰레기 수거 20ℓ 종량제 봉투 10개도 모자라 공중 화장실도 심하게 더렵혀져 주민들 “청소·관리 감당 안돼” 호소
26일 오후 3시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잡어 위판장에서 만난 한 중매인은 “목숨 걸고 바다에 나갔던 어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 쓰레기 범벅부터 보면 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며 혀를 찼다.
그는 “새벽 5시에 출근해 입찰 전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보면 허탈한 마음이 든다“라면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쓰레기로 뒤덮인 위판 청소로 아침을 시작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도 했다.
채낚기 오징어 위판장, 잡어 위판장, 트롤 전용 위판장 등 구룡포에 있는 3곳의 위판장이 낚시꾼이 버리는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수년 전부터 3개 위판장 옆에서 전갱이와 고등어의 치어 뿐만 아니라 뱀장어와 도다리까지 잡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짜릿한 손맛을 느끼려는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을 주민의 주장에 따르면 평일에는 최소 60명, 주말에는 150명 이상의 낚시꾼이 어판장으로 몰려든다.
일부 낚시꾼은 위판장 일대에 마구잡이로 쓰레기를 버리고 있고, 주말에는 20ℓ짜리 종량제 봉투 10개 이상 분량의 쓰레기가 나와 위판장 인근 주민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참다 못한 주민들이 ‘위판 관련 외 일반차량의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현수막도 내걸었지만, 낚시꾼들의 몰상식한 행동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낚시꾼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위판장 지붕 아래 그늘에서 한여름 뙤약볕뿐만 아니라 비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파제보다 안전하고 화장실과 수도까지 사용할 수 있어 전문 낚시꾼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일부 낚시꾼이 화장실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주민들은 지적했다. 화장지를 대량으로 뽑아가거나, 사용한 화장지를 바닥에 마구 버려 화장실을 더럽히고 있다.
공공근로를 하는 한 어르신은 “변기 위에 올라가서 볼일을 보는 낚시꾼도 있다”면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화장실 청소하기도 너무 힘이 든다“고 호소했다.
화장실 관리가 어려워지자 구룡포 주민들은 화장실 개방을 24시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구룡포수협이 운영하는 공중화장실은 3곳이 있는데, 북방파제에 위치한 화장실 1곳의 경우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위판이 열리는 오전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
글·사진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