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한 뼘이나 남았을까
오후의 겨울 햇살
내 목숨
한 뼘이나 남았을까
너를 향한 그리움
그리고 풀꽃 사랑
무궁이라 믿었거늘
갈수록 야위어가는
내 마음
이제 한 뼘
혹은 두 뼘
아니면 아예 어둠
어둠 속에서 부스스 일어나
창을 열고
우주로 떠난다
풀꽃에게로 떠난다.
…..
시인은 예전엔 “무궁이라 믿었”던 “내 마음”의 활력이 소진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마치 지고 있는 겨울 햇살이 “한 뼘이나 남았을” 정도처럼, 어둠을 향해 사라지고 있는 활력. 결국 마음은 어둠으로 빨려들었으나, 시인은 “부스스 일어나” 다시 창 밖 “우주로 떠”날 수 있었다. 이 반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창 밖 저기 피어있는 ‘풀꽃’이 바로 우주의 일부이자 무궁한 우주 자체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