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산림조합 내 유기견 센터 운영 학생·기업 등 다양한 단체 자원봉사 전체 유기견 45%, 6∼8월에 버려져 입양 후에도 반려인과 지속적 소통
포항시 산림조합 마당에 숲강아지 센터가 있다. 26일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촬영이 이곳에서 있을 예정이라고 자랑거리가 많다고 연락이 왔다. 센터가 처음 열렸을 때 방문하고 오랜만에 찾아가니 새로운 것이 더 생겼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봉사자들이 강아지를 보살피느라 바삐 움직였다. 문을 들어서니 낯선 사람이 방문해서인지 강아지 한 마리가 유독 짖었다. 한 마리는 앞발을 들고 초롱한 눈으로 쳐다보아 보호자를 기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휴가 기간이 지나고 센터에 들어오는 유기견이 늘었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휴가 기간에 반려견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집을 장기간 비우면서 관리하기가 힘들어 버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8월에 버려진 유기견이 전체의 45%라 한다. 그렇게 사람에게 버림받아도 사람이 다가가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숲강아지 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미 해군, 포스텍, 한동대, 세명고, 포항여고, 에코프로 등에서 찾아와 목욕을 시켜주고, 센터 청소며 유기견 산책까지 봉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버리는 이도 사람이지만 돌보는 이도 사람이다. 이렇게 센터에 봉사하러 왔다가 입양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방울이를 입양한 김나래(18)씨도 봉사와서 산책시키며 정이 들어 부모님을 설득해 가족이 되었다. 보통 성견이 아닌 아기를 많이 입양하는데 방울이는 4세 정도 추정되는 성견이었다. 지금은 기다려, 손, 산책, 밥 먹자 등 보호자와 소통이 가능해 함께 잠자며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사는 ‘찐친’이라고 했다. 오빠들이 있어도 방울이를 데려오자고 한 자신이 책임지고 돌보는 중이라고 말하는 김나래씨는 어린 나이지만 목소리에 어른스러움이 묻어났다. 한 생명을 보살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또 그것을 지켜나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포항 숲강아지 센터는 입양을 보내고 난 후 사후 관리도 잘하는 센터였다.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또 센터에 방문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반려인들에게 친정 같은 입양처가 되어 주었다. 김나래씨도 방울이를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이곳에 오면, 방울이가 직원들에게 달려가 안기며 센터에서의 시간을 기억한다니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숲 강아지 센터 개린이의날 행사에 반려견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포항시 산림조합 잔디마당에 여러 개의 부스가 차려졌고 펫 푸드 부스나 기본 미용해 주는 부스, 한쪽 부스에서는 훈련사 선생님이 강아지 행동 교정 상담도 해주셨다. 행사 중간에 숲강아지 센터에서 반려견을 입양 받은 분들은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입양 전 미리 친해져 볼 수 있는 기회 같다. 이날 행사는 반려견 가족뿐만 아니라 반려견을 동반하지 않고 유기견 입양에 관심 있는 분들도 많이 참석했다. 숲강아지 센터 내부에는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이 여러 마리 있었다. 이곳에 있는 친구들이 끝이 아니라 포항시 유기견 센터에도 많은 친구들이 있다. 포항시 유기 동물 입양 정보는 포인핸드 앱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혹시 가족을 입양하실 생각이라면 동물 사랑 배움터에서 두 시간 수업을 듣고 수료증을 받고 난 뒤 입양 신청할 수 있다.
입양 후 안부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행사도 진행하고 연락도 꾸준히 하시는 거 같아서 더욱 보기 좋은 포항시 유기견 센터였다. 포항시 유기 동물 입양센터인 숲강아지 센터 건물이 산림조합 잔디마당과 맞닿아서 자리하고 있어서 처음엔 나무 사러 왔다가 숲강아지 센터에 있는 유기견을 발견하고 들어왔다면 이젠 숲강아지 센터에 왔다가 산림조합에 볼일을 보는 경우도 늘었다. 서로 상생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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